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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세대 이하 정비사업 권한 놓고 정부·서울시 충돌…주택공급인가, 권한 재편인가

2026-08-26 12:10 | 입력 : 마포저널

정부·여당 “공급 속도 높이자” vs 서울시 “실효성 낮고 난개발 우려”
오세훈 시장은 국민의힘, 시의회·구청장은 민주당 다수…서울의 정치지형도 변수

서울 주택공급 확대를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서울시가 정비사업 권한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등 권한을 기초단체장에게 넘기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이미 상당수 인허가 권한이 자치구에 있고 서울시의 권한을 더 넘겨도 공급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정비구역 지정권자는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시장 또는 군수다. 현행 제도에서 서울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은 서울시장에게 있다. 따라서 500세대 이하 사업에 대해 자치구청장에게 지정권을 부여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 “인허가 절차 단축해 공급 속도 높이겠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 이후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권한을 기초단체장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서면브리핑에서 “전방위적인 택지 마련과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은 인허가 절차 단축과 불필요한 규제 철폐를 위한 입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서울시가 갖고 있는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일정 규모 이하 사업에 한해 자치구로 내려보내는 것이다. 민주당과 정부는 이를 통해 정비사업의 첫 관문을 단축하고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서울시 권한은 전체 인허가의 일부”

서울시는 정반대 입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비사업 관련 9개 인허가 권한 가운데 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 등 7개는 이미 자치구가 행사하고 있다. 서울시가 행사하는 권한은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심의와 사업시행을 위한 통합심의 등 2개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 두 심의에 걸리는 기간이 약 4개월로, 전체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볼 경우 서울시 처리기간은 2.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500세대 이하 사업 역시 서울시는 현재 추진 중인 193개 사업 가운데 구역지정 단계에 있는 곳이 31개소, 16%뿐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는 이미 자치구 인허가 과정에 들어가 있어 서울시 권한을 이양한다고 해서 전체 사업기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서울시는 오히려 이주비 대출 규제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 사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자치구별 개발은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시가 우려하는 것은 행정 속도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서울 전체가 하나의 생활권인 만큼 용적률과 높이뿐 아니라 도로·공원·상하수도 등 도시 기반시설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비구역 지정 권한이 자치구로 넘어가면 자치구별로 기준이 달라지고 서울시 상위계획과의 정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500세대라는 기준 때문에 기존 사업구역을 인위적으로 쪼개거나 제척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어린이집·경로당·주민운동시설·작은도서관 등 기반시설 확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서울시는 지적했다.

서울시는 또 일부 자치구에서 법적 요건을 충족한 사업시행자 지정 승인을 2개월째 보류하거나, 통합심의를 통과한 사업장에 민관 합동 TF를 구성하는 등 자치구 단계에서 행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의 정치지형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번 논란을 단순한 행정 효율성 논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현재 서울의 정치적 권력구도에도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서울시장은 국민의힘이 맡게 됐다. 반면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118석 가운데 80석을 확보해 다수당이 됐다. 지역구에서도 민주당 73석, 국민의힘 30석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25개 자치구 역시 민주당이 17곳, 국민의힘이 8곳을 차지했다. 즉 현재 서울의 지방권력은 시장직은 국민의힘, 서울시의회와 다수 자치구는 민주당이 나눠 갖고 있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장이 갖고 있는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일부를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다수인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이 등장했다는 점은 정치적으로도 주목할 대목이다.

물론 권한 이양의 목적이 정치적이라는 근거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주택공급 속도와 행정절차 단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고, 실제 법 개정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정치적 의도에 따른 조치라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을 넘어선 해석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권한이 이양될 경우 서울시장과 자치구청장 사이의 도시계획 권한 배분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현재와 같은 정치지형에서는 중앙정부·여당의 정책 추진, 민주당이 다수인 자치구,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장 사이의 관계가 정비사업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도 공급기간 단축 성과 내세워

서울시는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서울시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공정촉진회의 등을 통해 협력한 결과 정비사업 전 기간을 18.5년에서 12년으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결국 양측의 차이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에 있다.
정부·여당은 서울시가 가진 권한 일부를 자치구로 내려보내 정비사업의 첫 단계를 단축하겠다는 것이고, 서울시는 권한 이양보다 실제 사업을 지연시키는 금융·거래 규제와 자치구 현장의 행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핵심은 권한 이양 자체보다 실제로 주택공급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다.

500세대 이하 사업의 정비구역 지정권을 자치구로 넘겼을 때 실제 사업기간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반대로 서울시가 우려하는 자치구별 도시계획의 불일치나 난개발 가능성이 현실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논란은 결국 서울의 주택공급을 둘러싼 ‘속도’와 ‘광역적 도시관리’의 충돌인 동시에, 서울시장과 자치구 사이의 도시계획 권한을 어디까지 나눌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현재 서울의 독특한 정치지형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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