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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73번째 출근길 지하철 시위 중단…이제 조례·예산으로 공 넘겨

2026-08-25 08:58 | 입력 : 마포저널

서울시의회 민주당, 이동권·노동권 조례안 본회의 통과 약속
전장연, 지하철 시위는 중단하고 버스·예산 투쟁은 계속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4일 73번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끝으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면 중단했다. 2021년 12월 3일 첫 시위 이후 1,726일 만이다. 전장연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장애인 이동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조례안의 본회의 통과를 약속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출근 시간대 지하철 탑승 과정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시민 불편과 장애인 이동권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이어졌다. 이날 전장연과 서울시의회 민주당, 민주당 서울시당은 서울시의원회관에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의회 민주당은 당론 제1·2호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고, 전장연은 이를 받아들여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했다. 다만 매주 수요일 진행하는 버스 탑승 시위와 장애인 권리예산 요구는 계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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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2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권리중심노동 조례 제정 및 2027년 서울시 예산 반영 촉구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출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홈페이지

이동편의 조례를 이동권 보장 조례로

1호 조례안은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를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에 관한 조례」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시 버스를 전량 저상버스로 운행하도록 하고,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의 차량별 일일 운행률을 2030년까지 3분의 2 이상으로 높이기 위한 운전원 확보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해 말 서울시 저상버스 도입률은 79.4%였다.

서울시는 그동안 1역사 1동선 확보와 저상버스 확대 등 교통약자 이동편의 개선 정책을 추진해왔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 도입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지난해 말 도입률은 79.4%였다. 전장연은 저상버스 100% 도입과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을 요구하며 버스 탑승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조례도 추진

2호 조례안은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중증장애인이 장애인 권리협약 홍보, 장애인식 개선, 문화·예술, 권익옹호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관련 일자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조례를 둘러싸고는 서울시와 장애인단체의 입장이 엇갈린다. 서울시는 2020~2022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직무활동 1만7,228건 가운데 집회·시위·캠페인이 8,691건으로 50.4%를 차지했다며 사업의 활동 편중과 민간 취업 연계 부족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서울시는 2023년 말 사업을 종료하고 2024년부터 장애유형별 특화일자리로 전환했다. 반면 장애인단체 측은 권익옹호와 인식개선 활동도 중증장애인의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전장연 일자리 챙기기” 비판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과 전장연의 ‘사회적 대타협’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종부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이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조례안의 일부 문구를 삭제했지만, 별도 제도화와 사업 확대라는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정안에 사업의 ‘단계적 확대 방안’이 담겼고 위탁기관의 전담 인력 인건비와 운영비도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향후 5년간 약 2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기존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직무활동 가운데 집회·시위·캠페인이 50.4%를 차지했다는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와 함께, 최근 3년간 전장연 산하 특정 단체가 사업 수행의 85%를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정부가 직무를 다양화하고 장애유형별 특화일자리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시위 일자리’의 부활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다른 조례를 거론하며 정책 우선순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이 ‘손목닥터9988’의 지원 대상을 주민등록상 서울시민으로 한정하는 조례를 추진하면서 서울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생활인구는 혜택에서 제외하고, 한편으로는 특정 단체 편향의 일자리를 예산으로 확대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합의를 ‘사회적 대타협’으로 보기 어렵다며, 장애인 일자리는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실질적인 직무와 자립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 재의요구 가능성…의회 재의결 절차 주목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더라도 서울시가 반대할 경우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시장은 의회에서 의결된 조례안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으면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재의요구를 받은 의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같은 내용을 다시 의결하면 조례로 확정된다. 확정된 조례를 시장이 공포하지 않으면 일정 절차를 거쳐 의장이 공포할 수 있다.

서울시의회는 총 118석 가운데 민주당 80석, 국민의힘 38석으로 민주당이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인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재의를 요구하더라도 민주당이 재의결 정족수를 충족할 수 있는 의석 구조다. 민주당은 오세훈 시장의 재의요구 가능성을 감안하면서도 조례안 통과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이 재의결된 조례가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어 법적 분쟁 가능성은 남는다.

조례 이후에는 2027년 예산이 관건

조례가 통과되더라도 실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전장연은 이날 앞으로의 투쟁 무대를 서울시의회 본회의와 오세훈 시장의 2027년 서울시 예산안, 정부의 2027년 예산안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지하철 탑승 시위는 중단하지만 수요일마다 진행하는 버스 탑승 시위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을 환영하는 글을 올렸다. 박 장관은 지난 19일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를 직접 만나 출근길과 일상에 피해를 주는 방식의 시위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이동권과 노동권 지원에 대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개별 정책과 예산은 필요성과 효과, 법과 제도, 재정 원칙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정부 예산은 집회나 시위의 강도에 따라 결정되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례안은 서울시의회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실제로 처리할 수 있는지, 오세훈 시장이 재의를 요구할지, 재의결 이후 법적 대응이 이어질지, 그리고 관련 사업 예산이 2027년 서울시 예산에 반영될지가 주요 쟁점이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73회 만에 중단됐지만 이동권과 노동권을 둘러싼 논쟁은 서울시의회 조례 심사와 서울시 예산 심의 과정으로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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