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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이 아니라 행정의 방향이다

2026-07-17 17:05 | 입력 : 마포저널

유동균 마포구청장 취임식을 앞두고 초대 안내 문자를 받았다. 참석 여부를 회신하자 얼마 후 휴대전화로 초대장이 도착했다.

디지털 초대장은 꽤 인상적이었다. 초청 인사말은 물론 행사 일정, 오시는 길, 공유 기능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이 정도면 종이 초대장이 없어도 충분히 참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종이 초대장이 다시 도착했다. 이름표까지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신청 경로가 달라 두 가지 방식으로 발송된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내용을 종이와 디지털로 모두 받은 셈이었다.

비슷한 경험은 또 있었다.

최근 마포구에서 진행한 교육을 수료한 뒤 수료증을 받았는데, 종이 수료증뿐 아니라 두꺼운 하드커버 케이스까지 함께 제공됐다. 교육을 마친 사람을 축하하고 예우하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모든 수료자에게 동일한 방식의 인쇄물과 케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하드케이스에 담겨진 수료증과 종이 초대장
하드케이스에 담겨진 수료증과 종이 초대장

요즘 대부분의 기관은 수료증이나 증명서를 제출할 때 종이를 그대로 내기보다 사진을 찍거나 PDF 파일을 업로드한다. 결국 종이 수료증도 다시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발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기본은 디지털 초대장과 디지털 수료증으로 제공하고, 종이 인쇄물이 필요한 사람만 신청하도록 하면 어떨까. 원하는 사람에게는 종이 초대장과 수료증을 제공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모바일이나 전자문서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물론 전자문서의 위·변조나 해킹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QR코드 인증, 전자서명, 블록체인 기반 검증 등 이미 다양한 기술이 상용화되어 있다. 기술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고, 이제 필요한 것은 행정의 선택이다.

마포구는 늘 예산 부족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자원회수시설 문제를 겪으며 시민들은 쓰레기 감량과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도 변화해야 한다.

종이 한 장, 하드커버 하나가 거대한 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작은 선택들이 모이면 예산은 절약되고 자원은 아껴지며 탄소배출도 줄어든다.

제로웨이스트는 시민에게만 실천을 요구하는 캠페인이 아니다. 행정부터 먼저 불필요한 종이를 줄이고,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문화로 바뀔 때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된다.

환경을 생각하는 행정은 거창한 정책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종이 초대장 한 장을 줄이는 일, 수료증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일처럼 작지만 구체적인 변화에서 시작된다. 이제 마포구도 '기본은 디지털, 필요하면 종이'라는 새로운 행정 표준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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