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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6 08:22 | 입력 : 마포저널

동네마다 구청장이 찾아간다. 주민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고, 구정을 설명하는 '주민과의 대화'. 취지는 좋다. 
주민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겠다는 행정은 언제나 환영받아야 한다.

요즘 마포구청은 각 동을 순회하며 '주민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 진행 순서는 대부분 비슷하다. 내빈 소개를 시작으로 구청 간부와 공무원 소개, 지역 주요 인사 소개, 국회의원·시의원·구의원의 인사말이 이어진다. 
이후 동장이 주요 현안을 보고하고, 주민이 지역을 소개한 뒤 주민 질의와 구청장의 답변으로 행사가 마무리된다.

형식만 놓고 보면 주민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 자리에 있는 주민들은 과연 누구인가.

하루에 두세 차례 일정을 소화하는 공무원들의 노고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행정은 의도가 아니라 과정으로 평가받는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참여의 문턱이 높다면 그 행사는 주민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주민을 선별하는 자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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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필자가 직접 방문한 두 곳의 마포구 동 주민센터와, 다른 동 주민센터를 방문한 주민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사례들은 모두 행사 참석 과정에서 "명단에 없다"는 이유로 1차적으로 입장이 제지되거나 제한을 받은 경우였습니다.
며칠 전 한 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입구에서 공무원이 이름을 물었다.

"이름을 왜 물어요?"

"명단에 있는 분들만 이름표를 달고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순간 의아했다.

"주민은 들어갈 수 없는 행사인가요?"

"못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그 말끝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여백은 충분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초대받은 사람이 아니면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들렸다.

우여곡절 끝에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의자가 없었다. 어렵게 빈자리에 앉았더니 그 자리도 다른 사람의 자리라고 했다. 몇 번 자리를 옮긴 끝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라면, 왜 주민은 손님처럼 눈치를 봐야 할까.

행사에서 구청장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하며 언제든 민원을 보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주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였다.
유동균 구청장은 핸드폰 번호를 공개하며 주민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주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 민원과 의견을 직접 받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동정보고회에서도 주민과의 대화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궁금한 것은 다른 데 있다.

그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과연 누구를 대표했을까.

평일 낮 시간에 참석할 수 있는 주민은 애초에 한정적이다. 더욱이 사전에 이름표가 준비된 사람들은 누가 선정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초청했는지는 주민들이 알기 어렵다. 특정 직능단체나 통장, 주민자치위원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참여가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분들도 분명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주민이다.

문제는 그분들이 '주민 전체'는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히 생활하는 직장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 퇴근 후에야 시간이 나는 청년, 동네 현안에 불만이 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주민은 그 자리에 얼마나 있었을까.

행정은 익숙한 사람들의 목소리만 반복해서 듣기 쉽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의견은 사라지고, 불편한 질문은 줄어든다. 결국 '주민 의견'이라는 이름 아래 일부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처럼 포장될 위험이 있다.

'주민과의 대화'라면 주민이 주인공이어야 한다. 초대받은 주민만의 대화가 아니라, 찾아온 주민도 자연스럽게 앉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름표가 없어도, 예약이 없어도, 빈 의자 하나쯤은 남아 있어야 한다.

행정은 보여주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어렵다.

진짜 소통은 잘 아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주민의 질문을 듣는 데서 시작된다.

동정보고회라는 이름보다 '주민과의 대화'라는 이름을 강조하고 싶다면, 먼저 묻고 싶다.

그 자리에는 정말 주민이 있었는가.

아니면 명단에 있는 주민만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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