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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도 급했나

2026-07-10 13:30 | 입력 : 마포저널

마포구청의 2026년 7월 9일자 보도자료를 보고 신촌로터리 교통섬을 찾았다.

보도자료에는 지난 6월 25일 신촌로터리 교통섬에 대왕참나무를 심고 이를 '다시 그늘목 1호'로 지정했다고 적혀 있다. 민선 9기 임기가 시작되기 전이다.

폭염이 심해지는 요즘, 자연 그늘을 만드는 정책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도시의 녹지는 더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현장을 둘러본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것이었다.

무엇이 그리도 급했을까.

마포구는 "그늘목은 주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도시환경을 만드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먼저 묻고 싶다.

정말 신촌로터리에서 가장 시급했던 것이 나무였을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직접 우산을 쓰고 교통섬에 서 있었다. 나무는 그늘보다 먼저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우산은 가지와 부딪히고, 좁은 공간은 더욱 답답하게 느껴졌다.

폭염에는 그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 오는 날에는 어떨까. 출퇴근 시간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어떨까. 이미 설치된 인공 그늘막과 함께 이 나무는 어떤 기능을 하게 될까.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질문은 충분히 검토됐을까.
신촌로터리의 문제는 나무가 없는 것이 아니다.
보행환경이다.
신촌은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오가는 거리 가운데 하나다. 여행용 대형 캐리어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신촌로터리 교통섬은 그런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횡단보도는 좁고, 교통섬으로 이어지는 턱은 아직도 높낮이가 정리되지 않았다. 캐리어 바퀴는 턱에 걸리고, 유모차는 들어 올려야 한다. 전동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장벽이 된다.

좁은 횡단보도에는 보행 공간을 제한하는 펜스까지 설치돼 있다. 출퇴근 시간처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서로 비켜 지나가기조차 쉽지 않다.

정책을 설계한 사람은 이 길을 직접 걸어봤을까.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건너도 보고, 여행용 캐리어를 끌어도 보고, 유모차를 밀어도 보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나가 본 적이 있을까.
한 번이라도 그렇게 현장을 경험했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턱을 없애고, 보행 동선을 넓히고, 누구나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위에 나무를 심는 것이다.

행정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먼저 하느냐가 중요하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시점이다.

마포구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식재는 6월 25일 완료됐다. 새 구청장의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대표 공약인 '다시 500만 그루 나무심기'의 상징 사업부터 추진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무 심기는 속도를 다투는 사업이 아니다. 도시의 보행환경과 교통, 안전, 유지관리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 공공정책이다.

마포는 이미 한 차례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전임 구청장은 멀쩡한 가로수를 제거하고 소나무 가로수를 심는 정책으로 주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는 새 구청장이 취임도 하기 전에 신촌로터리에 '다시 그늘목 1호'를 심었다.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나무가 정책의 상징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도시는 나무의 숫자로 평가받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시민이 안전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지, 유모차를 밀고도, 휠체어를 타고도, 무거운 여행가방을 끌고도 불편하지 않은지로 평가받는다.

그늘은 필요하다.

나무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고, 그 위에 그늘을 더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람 중심 행정이고, 주민이 체감하는 녹색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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