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열린 한 온라인 북콘서트는 최근 한국 정치에서 감지되는 낯선 흐름을 해석하는 하나의 단서를 제공했다. 한국과 미국 극우를 장기간 연구해온 이병권 작가는 이 자리에서,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상을 단순한 정치적 일탈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작 『대한민국의 보수는 왜 매국우파가 되었나』를 통해 한국 극우의 형성과정을 역사적으로 추적한 바 있다. 식민지 시기, 냉전 체제, 그리고 신자유주의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특정 권력 구조가 어떻게 축적되고 재생산되어 왔는지를 짚어낸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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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발표자료에서 캡처 |
이 번 신작 『극우에 포획된 미국의 민주주의, MAGA와 빅테크의 실체』는 이러한 분석을 미국으로 확장한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를 전제로 한 정치·경제 질서의 변화를 조망하며, 극우 정치가 민주주의 제도를 내부에서 어떻게 변형시키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의 문제의식은 비교적 명확하다.
극우는 특정 집단의 일탈적 선택이 아니라, 경제 위기와 기술 권력, 정치 전략이 결합된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대외 갈등과 전쟁 가능성 역시 이러한 내부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외부의 적은 종종 내부 위기를 관리하는 정치적 장치로 기능해왔다는 해석이다.
정치는 늘 내부에서 흔들린다. 외부의 위협은 명분이 되지만, 실제 균열은 제도 안에서 자란다. 최근 한국 정치 지형을 들여다보면 낯선 장면이 반복된다. 익숙했던 좌우의 구도가 흐려지고, 그 자리를 설명하기 어려운 ‘네트워크’가 메우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이념의 이동이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미국에서 시작된 극우의 부상은 문화적 갈등의 산물로 소비되기 쉽지만, 그 본질은 경제와 제도의 결합된 실패에 있다. 40년간 누적된 신자유주의 체제는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정치적 대표성을 잃은 대중을 만들어냈다. 그 공백을 파고든 것이 포퓰리즘이었고, 그것을 조직화한 것이 보수 네트워크였다.
Heritage Foundation가 설계한 정책 프레임과 Turning Point USA의 동원 방식은 이제 하나의 ‘정치 패키지’로 작동한다. 메시지, 조직, 자금, 플랫폼이 결합된 형태다. 이 패키지는 미국 내부에 머물지 않는다. 외부로 수출된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이 ‘수입된 정치’의 변형된 모습이다.
국내 극우는 역사적으로 반공주의와 권위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결합된 형태로 진화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특징은 다르다. 과거처럼 국가 권력 중심이 아니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커뮤니티, 교회, 거리 정치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여기에 외부에서 공급된 정치 언어와 전략이 결합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념의 순수성이 아니다.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얼마나 강하게 동원되는가다.
이 지점에서 ‘수직계열화’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상층에서는 메시지가 생산된다.
하층에서는 그것이 실행된다.
미국의 정치 네트워크는 프레임과 전략을 제공하고, 한국의 조직은 이를 현실 정치로 번역한다. 일종의 정치적 하청 구조다. 이 구조가 고착될 경우, 국내 정치의 자율성은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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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발표자료에서 캡처 |
최근 등장한 Rockbridge Korea는 이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조직은 단순한 이념 단체라기보다, 자금·정책·인맥을 연결하는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 더 주목할 부분은 참여 인사의 스펙트럼이다.
전통적 보수뿐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배경을 가진 인사들이 교차한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이것은 이념의 확장인가, 아니면 권력 네트워크의 재편인가.
김부겸 사례는 이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특정 네트워크에 이름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적 성격을 단정할 수는 없다. 형식적 참여와 실질적 영향력, 그리고 이념적 동일성은 엄밀히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별 인물의 성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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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 작가는 Rockbridge korea의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이 한 장의 사진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으로 출마하는 것이 우연의 일치였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출처- Rockbridge Korea 홈페이지 |
왜 서로 다른 진영의 인사들이 동일한 네트워크 위에 놓이게 되는가.
이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면, 지금 벌어지는 변화를 읽을 수 없다.
결국 모든 논의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왜 지금, 극우인가.
그리고 왜 이 극우는 국경을 넘어 연결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현상만 소비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정치의 설계는 다른 층위에서 진행된다.
이념은 수입되고,
정치는 재편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우리 발밑에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