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분과 10분 사이, 구정질문의 무게
    • 방청석에서 본 지방의회의 민낯과 가능성
    • 지방의회는 국회와 달리 그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같은 ‘의원님’이라는 호칭을 쓰지만, 권한과 영향력의 간극은 결코 작지 않다. 제도적으로는 분권을 지향하지만 현실 정치의 중력은 여전히 중앙에 쏠려 있다. 이 틈에서 지방의원은 스스로의 역할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제 몇 달 후면 이 구의회 청사에 새로운 의원들이 출근하게 된다 그들에게 선배 의원들은 어떤 경험담과 무용담을 들려줄 수 있을까
      이제 몇 달 후면 이 구의회 청사에 새로운 의원들이 출근하게 된다. 그들에게 선배 의원들은 어떤 경험담과 무용담을 들려줄 수 있을까

      ‘의원님’이라는 이름의 무게

      1995년 본격화된 지방자치제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쳐왔다. 무보수 명예직에서 유급직으로 전환되며 전문성과 책임성이 강조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또 하나의 민의 대변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동시에 지역 국회의원과의 관계 속에서 종속적 위치에 놓이기 쉬운 구조, 끊임없이 이어지는 민원 처리와 지역 행사 참여 등은 지방의원을 ‘정책가’라기보다 ‘현장 실무자’에 가깝게 만들기도 한다. 새벽부터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과연 언제 조례를 연구하고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지 되묻게 되는 이유다.

      구정질문, 가장 강력한 무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원이 가장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무대가 있다. 바로 회기 중 진행되는 구정질문이다. 집행부를 상대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 방향을 따져 묻고,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다. 특히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의 구정질문은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지난 4년의 의정활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정치적 결산서’이기도 하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다음 선거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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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회의 회의록은 마포구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구정질문에 나선 인물은 국민의힘 김승수(아현·도화)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남해석(대흥·염리) 의원이었다. 방청석에는 특정 사안을 염두에 두고 찾은 주민들도 있었을 것이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

      지난 16일 구의회 본회의에서도 그 대비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두 명의 의원이 구정질문에 나섰다. 구청장은 노련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한 의원은 주어진 40분을 모두 채워가며 지난 의정활동을 정리하듯 질문을 이어갔다. 문제의식은 분명했고, 질문은 촘촘했다.

      반면 다른 의원은 10여 분 남짓으로 질문을 마쳤다. 더 문제는 그 짧은 질문에 대해서조차 집행부의 답변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이날 방청을 찾은 이유는 아현동 공공청사 부지 문제였다.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사안이 구정질문을 통해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속 시원한 질의와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중요한 현안이 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 충분히 해소되지 못하는 현실은, 구정질문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질문의 기술, 그리고 공방

      처음에는 단순한 준비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어진 질의응답은 예상과 달랐다. 짧게 끝날 것 같던 질문은 오히려 공방으로 이어졌고, 구청장과 의원은 서로의 논리를 주고받으며 ‘창과 방패’의 구도를 형성했다. 질문의 길이가 아니라 질문의 구조와 전략, 그리고 집행부의 대응 방식이 실제 구정질문의 밀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질문 뒤에 숨은 정치

      회의가 끝난 뒤 들은 이야기는 또 다른 여운을 남겼다. 먼저 질문을 마친 의원은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그 자녀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이 다른 의원의 40분 질문시간과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시간은 개인의 정치적 마무리이자 또 다른 정치적 출발을 위한 메시지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정질문은 단순한 질의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인의 시간 사용 방식이자, 권한을 어떻게 행사하는지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그리고 때로는 지역 정치의 이면—세대 교체인지, 권력의 승계인지 모호한 흐름—까지도 드러내는 창이 된다.

      지방의회를 판단하는 기준

      지방의회가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면, 그 출발점은 분명하다. 형식적인 질문이 아니라, 실제로 집행부를 흔들 수 있는 질문.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

      아현동 공공청사 부지처럼 주민 삶과 직결된 문제일수록, 더 깊이 있고 집요한 질문이 필요하다.

      구정질문은 결국 지방자치의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솔직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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