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거북선이 남긴 교훈…전시행정이 부른 예산 낭비
    • 관광 상징물 경쟁, 치밀한 검토 없으면 ‘돈 먹는 사업’으로 전락
    • 최근 다시 조명된 ‘한강 거북선’ 사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전시행정이 예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관광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를 명분으로 추진된 사업이 충분한 수요 검증과 장기 운영 계획 없이 진행될 경우 지방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강 관광 상징물로 출발한 ‘거북선’

      서울시는 1990년 약 2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실물 크기로 복원한 관광·전시용 선박을 제작했다.

      길이 34m, 폭 10m, 높이 6.3m 규모의 180t급 목조 거북선은 같은 해 10월 1일 국군의날에 맞춰 이촌 한강공원 일대 ‘거북선나루터’에 정박했다.

      당시 취항식에는 대통령 내외가 참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거북선 내부를 둘러본 뒤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청소년들에게 함양시키도록 해달라”고 관계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북선은 관람객을 태우고 한강대교와 동작대교 사이를 오가는 유람선 형태로 운항됐으며, 정박 시에는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됐다. 현재도 이촌 한강공원 일대에는 당시 사업에서 유래한 ‘거북선나루터’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기대와 달리 낮은 이용률

      운항 초기에는 관광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객은 점차 줄어들었다.

      2004년 기준 하루 평균 방문객은 약 90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운영 적자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거북선과 한강의 역사적 연관성이 약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시설 노후화 문제까지 겹치면서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고, 서울시는 2005년 거북선을 경남 통영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관광 랜드마크로 시작된 사업이 약 15년 만에 사실상 철수하게 된 것이다.

      2005년 당시 통영으로 떠나는 한강 거북선  출처  한겨레
      2005년 당시 통영으로 떠나는 한강 거북선 - 출처 - 한겨레

      통영에서도 유지관리 부담

      통영으로 옮겨진 거북선은 무상 임대 형식으로 전시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지관리 문제가 제기됐다.

      목재 선박 특성상 바닷바람과 파도의 영향으로 부식이 진행되면서 약 6억 원 규모의 수리 비용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협약에 따라 유지관리 비용은 통영시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람객 수도 감소해 한때 연간 20만 명 수준이던 방문객은 최근 약 7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반복되는 관광 상징물 사업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가 특정 사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남해안 지역에서는 충무공 관광 콘텐츠 경쟁이 벌어지면서 여러 지자체가 거북선 전시 시설을 조성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유지관리 비용 부담과 관광 효과 감소로 일부 시설은 철거되거나 폐기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지자체 관광 상징물 사업은 일반적으로
      개발 계획 → 상징물 조성 → 초기 홍보 효과 → 이용률 감소 → 유지비 부담 → 예산 논란
      과 같은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관광 사업에서도 논쟁

      이 같은 사례는 현재 운영 중인 관광형 교통 사업에서도 함께 언급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가 운영 중인 마포 순환열차버스는 홍대와 한강 등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관광형 버스로 도입됐지만, 이용률과 운영 적자 문제가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관광 콘텐츠 확대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용 수요와 장기 운영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한강버스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강을 활용한 수상 교통과 관광 기능을 결합한 사업이지만 운항 초기부터 여러 차례 운행 중단을 겪었고, 현재는 한강을 동서 구간으로 나눠 제한적으로 운행하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 투입과 함께 향후 운영 적자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한 상징적 사업은 초기 홍보 효과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률 감소와 운영비 부담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자체 관광 정책은 도시 이미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이지만, 장기적인 수요와 운영 구조에 대한 검증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광 콘텐츠 사업이 도시 브랜드 강화로 이어질지, 또 다른 재정 부담으로 남을지는 실제 이용률과 장기적인 운영 성과에 따라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s ⓒ 마포저널 & www.mapojournal.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마포저널로고

마포저널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마포저널 MapoJournal. All rights reserved.
발행·편집인 서정은 | 상호 마포저널 | 등록번호 서울아56266 ㅣ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12길 28, 313호
기사제보/취재문의 010-2068-9114 (문자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