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지난 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로웨이스트로 가는 길: 예산으로 보는 자원순환 정책’ 토론회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문장이다. 이 토론회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왜 자원순환 정책은 늘 말뿐이고,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가. 그 답은 정책 구호가 아니라 국고보조금 구조에 있었다.
법은 순환을 말하지만, 돈은 소각으로 흐른다
현행 법체계는 분명하다. 폐기물 관리의 우선순위는 발생 억제, 재사용, 재활용, 그 다음이 소각과 매립이다. 하지만 예산과 국고보조금 구조는 이 순서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선임활동가는 발제에서 “자원순환 관련 예산의 상당 부분이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과 운영에 집중돼 있다”며 “감량과 재사용은 정책 목표로만 존재할 뿐, 이를 실행할 재정적 토대는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각장과 매립장은 ‘환경기초시설’로 분류돼 국고보조 대상이 되지만, 재사용센터·수리 인프라·다회용기 회수 시스템 등 제로웨이스트 정책의 핵심 인프라는 동일한 기준에서 지원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국비가 붙는 정책은 소각이고, 자부담이 늘어나는 정책이 감량이 되는 구조다.
지자체는 왜 늘 소각을 선택할까
이 왜곡된 구조는 지자체의 선택을 사실상 규정한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고보조금이 붙는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소각시설 확충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된다”고 설명했다.
소각시설은 초기 투자비가 크지만 국비 지원과 함께 장기 운영이 가능하다. 반면 감량·재사용 정책은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만 국고보조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 구조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정책이 ‘도전’이 되고, 소각은 ‘관행’이 된다.
오현주 제로웨이스트도시랩 대표는 “현장에서는 제로웨이스트를 하고 싶어도 예산 구조상 지속할 수가 없다”며 “결국 시민의 불편과 자발성에만 의존하는 정책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해외는 ‘시설’이 아니라 ‘전환’에 돈을 쓴다
김혜영 부산연구원 미래전략기획실 연구위원은 유럽의 사례를 들어 대비를 분명히 했다. 그는 “제로웨이스트로 전환한 도시들은 재사용 인프라와 행정 시스템에 공공 재정을 투입한다”며 “순환경제를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국고보조금은 여전히 ‘처리 능력 확대’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덮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각 의존도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국회 책임도 피해갈 수 없다
이 구조를 고정시켜 온 책임에서 국회도 자유롭지 않다.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자원순환 관련 법률은 계속 만들어졌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국고보조 구조를 바꾸려는 논의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책 목표와 예산 구조가 불일치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다. 법은 순환을 말하지만, 예산 심의에서는 소각시설이 ‘현실적 대안’으로 다시 선택된다.
이정미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감량과 재사용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향후 국고보조 사업 설계에서도 이러한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고보조금 구조 개편 없이는 선언적 변화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제로웨이스트는 시민의 결심이 아니라 국가의 선택이다
이번 토론회가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제로웨이스트는 시민의 실천 부족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어떤 정책에 돈을 붙이느냐의 문제다. 국고보조금이 소각을 보상하는 한, 감량과 재사용은 언제나 주변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예산은 정책의 진짜 얼굴이다.”
국회에서 나온 이 말은 해설이 아니라 진단에 가깝다. 제로웨이스트로 가는 길은 캠페인이 아니라, 국고보조금 구조를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