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가 키운 로봇, 공장 문 앞에서 멈췄다… “노사합의 없인 못 들어온다”
    • AI·로봇이 산업 현장과 고용 구조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올해 CES에서 현대자동차그룹 부스의 주인공은 자동차가 아니었다. 
      인간의 동작을 그대로 모사하며 물류 장비를 옮기고 작업대 앞에 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대차가 수년간 투자해온 로봇 기술이 ‘미래 산업의 상징’으로 무대 한가운데에 오른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로봇이 실제 생산 현장으로 들어오는 문제를 두고, 국내 공장 안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노사합의 없는 로봇 도입은 단 1대도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CES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 박수를 받던 기술 혁신이, 공장 문 앞에서는 갈등의 신호탄이 되고 있는 셈이다.

      AI 이미지 생성
      AI 이미지 생성
      ‘자동차 회사’에서 ‘피지컬 AI 기업’으로

      현대차는 CES에서 스스로를 더 이상 단순한 완성차 기업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AI와 로봇, 모빌리티를 결합한 ‘피지컬 AI’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로봇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한 로봇 기술은 물류, 조립, 위험 작업 등 생산 현장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전략 차원에서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글로벌 제조업은 이미 자동화와 무인화 경쟁에 들어섰고, 인건비와 생산성 문제는 로봇 도입의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된다. 현대차 역시 2028년 이후 물류 현장, 2030년 전후 조립라인 투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로봇 대량 양산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일방통행이 문제다”

      노조의 반발은 기술 그 자체보다는 도입 방식에 집중돼 있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해외 물량 이관과 신기술 도입(로봇 자동화)을 노사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일방통행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가 우려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로봇이 24시간 가동될 경우, 반복·숙련 노동을 중심으로 인력 축소 압박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초기 투자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고, 이는 곧 고용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로봇 1대가 여러 명의 노동을 대체하는 구조에서, 사측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자동화를 가속화할 유인이 크다”며 “노사합의 없는 로봇 투입은 고용 불안을 제도적으로 방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로봇 자동화와 해외 공장 증설, 겹쳐지는 불안

      갈등의 배경에는 해외 공장 증설 문제도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인데, 노조는 이를 국내 생산 물량 축소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국내 공장이 이미 물량 감소로 고용 안정성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로봇 자동화와 해외 증설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물량 이전이든 로봇 도입이든, 노사합의 없는 결정은 결국 노동 현장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의 속도, 합의의 속도

      현대차 아틀라스 로봇이 보여준 장면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로봇은 더 이상 미래의 상상이 아니라, 곧 현실의 생산 주체가 될 준비를 마쳤다. 문제는 그 변화의 속도를 사회가, 그리고 노동 현장이 따라갈 수 있느냐는 데 있다.

      AI와 로봇이 산업 현장과 고용 구조를 뒤흔들기 시작한 지금, 기술 혁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그 혁신이 갈등이 될지, 전환이 될지는 노사 간 합의와 사회적 조율에 달려 있다. CES 무대에서 시작된 박수 소리가 공장 안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현대차 로봇은 아직 공장 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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