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피고인으로 선 내란죄 재판의 전 과정을 시민의 손으로 기록한 웹사이트가 공개됐다. 군인권센터가 지난 1년간 재판정에서 직접 기록한 내용을 정리해 만든 ‘내란대장경’이다.
군인권센터는 최근 “서울중앙지법과 군사법원에서 진행 중인 내란 재판과 관련해 피고인, 혐의, 날짜별로 검색 가능한 기록 아카이브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판결 요지나 보도자료 정리를 넘어, 재판 중계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방청석의 분위기, 판·검사와 변호인의 태도, 법정의 공기까지 시민 활동가의 시선으로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쌓인 기록 분량은 약 670만 자에 달한다.
이 기록은 단순한 ‘재판 방청 후기’가 아니다. 비상계엄이라는 헌정 위기를 겪은 사회에서, 권력이 스스로를 심판하는 과정을 시민이 빠짐없이 기록하고 공개하는 시도다. 세계사적으로도 권력 범죄의 사법 처리 과정을 시민사회가 체계적으로 기록해 공개한 사례는 드물다. 진실은 법정 안에서만 완성되지 않고, 기록을 통해 사회적 기억으로 남을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특히 ‘내란대장경’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커질 기록이다. 향후 재판 결과에 대한 검증 자료가 되고, 역사적 평가의 기초 자료가 되며, 다시는 같은 위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경고문이 된다. 이는 특정 단체의 활동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민 모두의 공동 자산에 가깝다.
그러나 이 방대한 기록은 자동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재판 방청, 기록 정리, 데이터화와 웹사이트 구축까지 모두 시민 후원과 활동가들의 노동 위에 세워졌다. 공권력이 남기지 않는 기록을 시민이 대신 남기는 작업은 언제나 비용과 시간이 든다.
군인권센터의 ‘내란대장경’은 묻고 있다.
권력이 무너뜨리려 했던 헌정 질서를, 우리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그리고 그 기억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기록은 중립적이지 않다. 기록은 선택이며, 선택은 곧 행동이다. 내란을 막아낸 사회가 그 과정을 스스로 기록으로 남긴다는 점에서, 이 시민운동은 이미 세계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민주주의의 다음 페이지를 시민의 손으로 쓰기 위해, 이 기록을 지키는 일에 더 많은 연대와 후원이 필요하다.
Copyrights ⓒ 마포저널 & www.mapojournal.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