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박스쿨에 개입한 정부… ‘대통령실 외압’ 증언까지, 교육의 중립성 어디로
    • ‘극우 성향 교육단체’로 논란을 빚고 있는 리박스쿨을 둘러싸고 정부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교육의 정치화와 관료제 신뢰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실이 리박스쿨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협동조합을 사실상 ‘챙기라’며 교육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증언까지 나오며, 정부 개입의 정당성과 투명성에 거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과한 이주호, 그러나 ‘몰랐다’는 입장 반복

      10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리박스쿨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했지만, 정작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경위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 배경은 단순 실무 착오로 보기 어렵다. 손 대표는 자문위원으로 위촉될 당시, ‘자유손가락군대(자손군)’를 조직해 온라인 댓글 조작 의혹을 받고 있었고,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강연 영상까지 공개된 인물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한 사전 검증이나 제도적 견제 장치를 작동시키지 못했다.

      대통령실 '협동조합 챙기라'… 교육부 관료 "압력 느꼈다"

      결정적으로 이날 청문회에서는 대통령실의 직접 개입 의혹이 구체적으로 불거졌다. 교육부 김천홍 정책관은, 손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던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이 '늘봄학교' 주관 기관 공모에 참여했을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이 협동조합을 챙겨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해당 협동조합은 심사 기준 미달로 결국 탈락했지만, 김 정책관은 이를 “압력으로 느꼈다”고 밝혀, 사실상 청와대가 특정 민간단체를 위해 교육 행정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장 김영호 의원은 “심사 전에는 챙겨달라 하고, 탈락 후에는 왜 떨어뜨렸느냐며 항의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이는 대통령실이 모른다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정부 개입의 문제점 – 교육행정의 정치화, 신뢰 붕괴

      정부가 교육 분야에 개입한 배경에는, 리박스쿨을 통한 ‘우군 양성’ 내지 보수 이념 확산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해당 단체가 박정희·이승만을 미화하고, 촛불집회와 위안부 운동을 비하하는 강의를 진행해온 점은, 정치적 이해와 교육의 독립성이 정면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개입이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낳고 있다고 경고한다.

      첫째, 교육의 정치화
      정부가 특정 이념에 기울어진 단체를 교육정책에 끌어들이거나, 정책 공모에 개입하면 교육의 중립성은 무너진다. 특히 리박스쿨처럼 역사왜곡 논란이 있는 단체가 정책 사업의 파트너로 검토된 것 자체가 교육행정의 신뢰를 훼손한다.

      둘째, 관료제에 대한 압력과 위축
      실무 관료가 대통령실의 '전화 한 통'을 “압력”으로 느끼는 순간, 정책 판단의 독립성과 책임성은 위협받는다. 이는 장기적으로 관료 조직의 위축과 자기검열로 이어져, 법률보다 권력에 눈치를 보게 만드는 구조를 고착시킬 수 있다.

      셋째, 시민사회와 교육현장의 분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교육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와, 이념적 극단을 수용하는 일부 단체가 동시에 교육 행정의 파트너로 다뤄지는 순간, 교육현장은 혼란과 분열을 피할 수 없다. 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신뢰는 추락하고, 교육정책 전반이 의심받게 된다.

      정치적 책임 피하려는 움직임에 비판도

      이날 청문회에서 손효숙 대표는 리박스쿨의 여러 활동에 대해 “잘못된 부분은 없었다”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그녀가 운영하는 조직이 '댓글 공작', '역사 왜곡', '극우 정치활동' 등 다방면의 의혹에 연루된 상황에서, 단순한 ‘오해’로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그녀가 전광훈 씨와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고 해명했음에도, 실제로 그의 며느리와 공동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와 극우 성향 단체 간 네트워크의 실체를 의심케 한다.

      리박스쿨 사태는 단순한 민간 교육단체의 일탈이 아니다.

      이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공성, 그리고 정부의 역할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건이다.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어디까지 정치권력이 교육행정에 개입했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제도적 차단장치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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