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김건희 특검팀)이 ‘1호 사건’으로 지목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첫 소환조사에 나선 인물은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의 최측근 이응근 전 대표이사였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조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명분으로 한 허위 홍보와 주가부양에 깊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4일 10시간 가까이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조 전 회장 ‘그림자 경영’…이응근 전 대표, 실시간 보고 정황
특검팀은 최근 금융당국 및 검찰, 경찰로부터 이첩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이 전 대표가 조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폴란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 등 활동을 실시간 보고하고, 언론 홍보 방안까지 상의한 정황을 파악했다. 포럼 참석 직원의 진술과 압수수색 자료에는 이 전 대표가 출장 내용을 유선으로 보고했고, 보도자료 배포도 조 전 회장과 협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포럼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해 국내 기업들을 홍보한 자리로, 삼부토건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겹친다. 실제로 삼부 주가는 2023년 5월 초 1,500원 수준에서 두 달 만에 5,500원까지 폭등했다.
‘우크라이나 테마’는 허상?…MOU·보도자료로 주가 부양
특검팀은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명분으로 국내외 다수의 건설사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사업 내용이 모호하고 구체적 실행 계획이 없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질적인 해외 수주가 이뤄진 것처럼 과장된 보도자료를 배포해 투자자들을 기만하고, 이를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의혹이 짙다.
이 같은 주가조작 시도는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유사점으로 인해, 김건희 여사의 연루 여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관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가 포럼 직전 ‘삼부 체크’라는 메시지를 남긴 정황까지 포착되며, 사건의 흐름이 정교하게 짜인 '작전' 가능성을 암시한다.
‘조 전 회장 지시’ 수사 핵심…660억 부당이득, 흘러간 돈의 흐름 추적
삼부토건은 이같은 주가 급등 과정에서 약 66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특검팀은 이 중 일부 자금이 이 전 대표나 관련자들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융 추적에 나선 상태다. 이 전 대표는 삼부토건 외에도 조 전 회장이 실질 지배하는 ‘창원도시개발’의 대표직도 맡고 있어, ‘조 회장의 심부름꾼’ 또는 대리인 역할을 해왔다는 정황이 회사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특검팀은 조성옥 전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준비 중이다. 특검 관계자는 “주가 부양 과정에서 조 전 회장이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부부·원희룡 출국금지…‘정치적 작전’ 수사로 번지나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3년,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원희룡 당시 장관의 홍보행사 참석 등이 주가 상승의 외부 호재로 작용했다는 의혹과 직결된다. 이에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 원희룡 전 장관을 포함한 관련 주요 인물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수사는 이제 본격적으로 삼부토건-정치권 커넥션, 허위 홍보, 자본시장법 위반, 뇌물 및 공직자 연루 여부 등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다. ‘1호 소환자’인 이응근 전 대표에 대한 조사 결과가, 향후 윤석열 부부의 개입 여부와 특검 수사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