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의 책임성 강화, 시민 참여의 새로운 장 열어
■ 안홍택 목사 등 시민단체, ‘용인시민파워’ 중심으로 12년간 소송 이끌어
■ 용인시는 전직 시장·교통연구원 상대로 60일 내 손해배상 청구해야
"수백억 세금이 새는데 가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12년간 이어진 법정 싸움 끝에 시민들이 승리했다. 혈세 낭비 논란의 중심에 있던 용인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대법원이 전직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주민소송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판결은 단순한 행정 실책의 정리 차원을 넘어, 지방자치와 시민 참여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시민이 국가를 고소하다”…12년 싸움의 서막
2013년, 용인경전철 사업의 수요 예측 오류와 시의회 동의 없는 밀실 행정에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 ‘용인시민파워’는 주민소송단을 조직했다. 이들은 용인시가 전직 시장과 교통연구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직접적인 배상금 수령 목적이 아닌, 시민 세금의 책임 있는 사용을 위한 간접 청구였다.
대법원의 판단: “이제는 지방정부가 책임질 시간”
대법원은 이정문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의 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단을 지난 16일 최종 확정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주민소송의 대상’이라는 법적 판단이다. 이는 단순히 재정회계상의 오류뿐 아니라,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지자체가 객관적 검토를 생략할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판결은 2005년 도입된 주민소송 제도 이후, 민간투자사업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승소 사례다.
백서로 남기는 싸움의 기록…“다른 지역도 잊지 말라”
주민소송단은 이번 판결의 과정을 담은 백서를 제작하기로 했다. 국제사이버대 오이천 교수가 집필을 맡아, 소송 경위부터 판결문·법리해석까지 정리할 계획이다.
실제 용인경전철은 수요 예측이 하루 13만 9천 명으로 부풀려졌지만, 실제 이용객은 9천 명 수준에 머물렀다. 매년 약 4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용인시민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용인시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손해배상 청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민들이 권리를 지켰습니다. 이제는 행정이 응답할 시간입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승소를 넘어 지방정부에 대한 시민의 감시와 참여가 제도적으로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계란으로 바위 깼다”는 표현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주민소송은 지금까지 ‘법적 무기’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이번 판결은 그 가능성과 효용을 증명한 시민참여의 실질적 승리이자, 지방자치에 대한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