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효과] 모두를 다시 살리는 에너지, 공공의 이름으로
    • 여름마다 되풀이되는 폭염은 이제 계절의 일부가 아니라 ‘기후재난’이다. 
      체감기온이 35도를 넘는 도심 한가운데서 하루를 버티는 것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건강과 생존의 문제다. 단전의 공포 속에 냉방도 없이 땀에 젖어 있는 사람들,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에너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생존권이며, 그 자체로 ‘기본권’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는 에너지원은 여전히 화석연료에 머물러 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고작 10.5%에 불과하다. OECD 평균(35.84%)에도 미치지 못하며, 우리 스스로 설정한 2038년 목표치(29.2%)에도 한참 못 미친다. 같은 해, 삼척에서는 30년 수명의 신규 석탄발전소 두 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탄소중립을 말하면서도 탄소 배출 기반을 확대하는 역설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석탄 대신 LNG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LNG 역시 화석연료다. 석탄보다 탄소 배출이 적다 하더라도 이는 ‘덜 나쁠 뿐’이지 친환경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더욱이 LNG 발전소는 석탄발전소보다 적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생계 위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 구조의 문제이고, 정의와 권리의 문제다. 재생에너지는 기후 대응의 도구이자, 동시에 공공재로서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하는 자원이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배제되는가'를 물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가운데 90% 이상이 민간 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2024년 3월까지 허가된 해상풍력 발전 사업도 발전용량 기준 94%가 민간 몫이다. 전 세계적으로 민간 주도가 일반적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윤을 우선시하는 사적 자본에게 노동자 보호, 지역사회 기여, 생태계 보전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정의로운 전환’은 그들의 우선순위에 없다.

      재생에너지는 '청정하다'고 불리지만, 그 과정이 노동자의 고용을 파괴하고 지역 생태계를 훼손한다면 우리는 그 에너지를 과연 ‘깨끗하다’고 부를 수 있을까? 태양광 패널이 빛을 모을지라도, 그늘 아래 놓인 삶이 있다면 그것은 ‘불완전한 전환’이다.

      햇빛과 바람은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것이며, 그 에너지 또한 공동체의 몫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공공의 권한은 점점 축소되고, 에너지는 시장의 상품이 되어가고 있다.

      진정한 재생에너지는 단지 탄소를 줄이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그것은 ‘삶을 다시 살리는 일’이어야 한다. 노동자의 고용을 지키고, 지역사회를 배려하며, 자연과의 공존을 꾀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재생에너지는 비로소 재생이 된다. 그 첫 단추는 ‘공공’이다.

      사적 이윤에 맡겨진 재생에너지는 결코 정의롭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고용 보장, 에너지 접근권, 생태 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공공 중심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의 발전 공기업 구조처럼 하청에 재하청을 거듭하며 비정규직을 방치하는 방식으론 부족하다. 새로운 공공성, 새로운 에너지 철학이 요구된다.

      오는 7월 27일까지 진행되는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본법’ 국민동의청원은 그 방향을 열어줄 중요한 계기다. 모두의 삶을 위한 에너지,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전환을 원한다면, 이제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더 뜨거워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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