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 혐의 재판을 둘러싸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논란이 거세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전직 고위 관료들이 수사선상에 오르면서도 재판 지연과 영장 기각 사태가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한 사법처리를 위해 특별재판부를 추진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삼권분립 위반”으로 규정하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헌법에 따른 합헌적 장치”
민주당은 지난 7월 8일 박찬대 의원 등 115명이 ‘12·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내란 전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판사 임명은 국회·법원·변호사단체가 추천한 후보를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는 구조를 담았다.
민주당은 “헌법 제102조가 법원의 조직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만큼, 국회의 입법에 따른 특별재판부 설치는 사법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또 “특별재판부 판사는 모두 대법원장이 임명한 현직 판사로,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에 의한 재판 받을 권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인민재판식 사법 쿠데타”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사법부를 입맛대로 흔드는 정치재판을 기도한다”고 강력 반발한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검찰 수사권 무력화에 이어 법원까지 장악하려 한다”며 “국회 권력을 앞세운 ‘사법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우리 역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반민특위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며 “국회 의석수를 무기 삼아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과거 특별재판부의 전례
이번 논란을 둘러싼 쟁점은 “특별재판부가 헌법적·역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이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1948)
해방 직후 제헌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제정하고, 반민특위를 구성해 친일파 처벌을 전담했다. 반민특위는 특별검찰부·특별재판부를 함께 운영했으나, 이승만 정권의 정치적 압박과 경찰의 습격으로 활동이 좌절됐다. 국민의힘이 “특별재판부는 반민특위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군사정권 시절의 군사재판
5·16 군사정변 이후 박정희 정권은 군사혁명재판소를 설치해 정치인과 반대세력을 신속히 처벌했다. 이후 유신체제 하에서도 긴급조치 위반 사건 등을 전담하는 특별재판부적 성격의 법원이 운영됐다. 그러나 이는 헌법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필요에서 만들어져 인권 침해 논란이 컸다.
▶국가보안법 관련 특별법원 시도
1980년대에는 국가보안법 사건을 전담할 별도의 법원 설치 논의가 있었으나,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로 무산됐다.
이처럼 특별재판부는 한국 현대사에서 친일 청산이나 권위주의적 통치 과정에서 등장했으며, 매번 정치적 파장을 불러왔다.
“합헌은 가능하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관건”
법학계 다수는 이번 민주당 법안이 원칙적으로 합헌이라고 본다. 기존 법원 내 전담부를 설치하는 것이므로, 새로운 사법기관을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 사건을 위해 입법으로 전담재판부를 강제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신속한 정의 vs 삼권분립
민주당은 내달 초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막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논란은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가 ‘신속한 정의 구현’을 선택할지, 아니면 ‘삼권분립의 원칙’ 수호를 우선할지 가르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