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는 참고조례 제18조 제2항에 열거된 주민총회의 결정사항 여덟 가지가 마포구안 제19조 제2항에서는 다섯 가지로 줄었다는 점을 살펴봤다.
이번 회에서는 빠진 세 가지 항목과 주민총회의 정의, 자치계획 확정 절차, 주민의 안건 제안권을 중심으로 마포구 조례안의 특징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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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예산, 편성안은 있지만 총회 결정은 없다
참고조례 제18조 제2항 제4호는 ‘읍·면·동에 배정된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편성안’을 주민총회의 결정사항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마포구안 제19조 제2항에는 이 항목이 없다.
관련 내용이 마포구안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제5조 제4호에는 ‘동 주민참여예산 편성안에 관한 사항’이 주민자치회의 기능으로 남아 있고, 제20조 제1항 제5호에도 자치계획의 세부계획으로 ‘동 주민참여예산 편성안’이 포함돼 있다.
즉, 주민참여예산 편성안을 다룰 수는 있지만, 이를 주민총회에서 결정하도록 명시하지는 않은 것이다. 편성안이 만들어진 뒤 어떤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되는지도 조문만으로는 분명하지 않다.
주민참여예산은 주민자치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사용할지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민총회의 결정사항에서 이 항목이 빠지면 총회는 사업을 평가하고 의견을 제시하거나 보고를 받는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 마포구안 제19조 제2항의 다섯 가지 항목은 활동 평가, 의견 제시, 자치계획안, 운영세칙 보고, 기타 현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구체적인 결정 권한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는 항목은 자치계획안이다.
연계법인 조항은 제외하고, 주민의 청구권을 논의할 통로는 빠졌다
참고조례의 결정사항 가운데 연계법인 설립 추진 및 운영 보고가 마포구안에서 빠진 것은 참고조례 제26조에 해당하는 연계법인 설립 조항 자체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인 설립을 통해 사무를 이관할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은 선택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법인 설립 통로를 두지 않는 것과 주민총회에 관련 사안에 대한 승인·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조직의 운영 방식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주민의 감시와 통제 권한까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조례청구·주민투표청구·주민감사청구 등 주민참여 관련 항목도 빠졌다. 참고조례는 주민총회에서 이러한 사항을 보고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마포구안에서 해당 항목이 빠졌다고 해서 주민의 법적 청구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민조례청구와 주민투표청구, 주민감사청구는 각각 관련 법률에 근거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민총회가 이러한 권리를 지역의 공동 의제로 논의하고, 주민들과 함께 추진하는 역할은 조례에 별도로 담기지 않았다.
주민총회는 결정하는 주체인가, 논의하는 공간인가
주민총회의 정의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참고조례 제2조 제3호는 주민총회를 ‘자치활동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민공론장’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마포구안 제2조 제3호는 주민총회를 ‘자치활동을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하여 …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주민 공론장’으로 표현했다.
두 문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강조점에는 차이가 있다. 참고조례는 주민총회를 자치활동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공론장으로 규정한다. 마포구안은 논의와 결정을 위한 공간이라는 성격과 주민의 참여 가능성을 강조한다.
이 표현만으로 주민총회의 권한이 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민총회의 핵심 기능을 정의하는 문장에서 ‘결정하는’이라는 표현이 빠진 점은 앞서 살펴본 결정사항 축소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의 조항과 실제 권한을 규정한 조항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총회 의결 뒤, 자치계획은 누가 확정하는가
자치계획의 처리 절차에서도 살펴볼 대목이 있다.
참고조례 제19조 제4항은 자치계획에 대한 이행계획과 검토 결과를 30일 이내에 통보하도록 규정한다. 마포구안 제20조 제4항은 이 기간을 2개월 이내로 정했다. 처리 기간이 늘어나면 주민총회에서 의결한 계획에 대해 행정의 검토 결과를 회신받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제20조 제5항이다. 마포구안은 행정의 통보 결과를 ‘참고하여’ 주민자치회가 자치계획을 확정·의결하도록 규정한다.
‘참고한다’는 표현만으로 주민자치회가 행정의 검토 결과를 무시해도 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다만 주민총회에서 의결한 계획이 최종적으로 어떤 효력을 갖는지, 행정의 검토 결과와 주민총회의 의결 내용이 다를 경우 어떻게 조정하는지는 조문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주민총회가 자치계획을 의결한 뒤 주민자치회가 다시 확정·의결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주민총회의 의결과 주민자치회의 최종 확정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행정의 검토는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주민총회의 결정이 최종 계획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분명하지 않다면, 주민이 의결한 계획과 실제 행정에서 추진되는 계획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견은 낼 수 있지만, 안건 상정은 누가 결정하는가
마포구안 제19조 제1항은 주민총회에 ‘주민자치회에서 의결된 안건을 상정한다’고 규정한다.
제19조 제6항은 주민의 발언과 의견 제출을 보장하고, 제17조 제5항도 의견 청취를 규정한다. 그러나 발언하거나 의견을 제출하는 것과 정식 안건을 제안하고 상정하는 것은 다르다.
주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더라도 해당 의견이 정식 안건으로 다뤄질지는 주민자치회의 판단에 달려 있다면, 의제 설정 권한은 여전히 주민자치회에 집중된다.
주민총회가 주민의 의사를 모으고 결정하는 기구라면 주민이 직접 안건을 제안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총회에 상정할 수 있는 절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민의 참여가 발언과 의견 제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려면 의제를 제안할 권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의 핵심은 참여가 아니라 결정 권한이다
마포구안은 주민총회의 결정사항을 다섯 가지로 규정하면서 참고조례에 있던 주민참여예산 편성안을 제외했다. 주민총회의 정의에서도 표현상의 차이가 나타나며, 주민총회 의결 이후 자치계획이 최종 확정되는 과정과 주민의 직접적인 안건 제안·상정 절차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보완 방향은 분명하다. 주민총회의 결정사항을 다시 검토하고, 총회 의결과 자치계획 확정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주민이 직접 의제를 제안하고 일정한 요건에 따라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조례에 모든 절차를 담는 것만으로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결정 권한이 실제로 행사될 수 있도록 행정의 검토와 지원 절차를 구체화하고, 주민의 결정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주민자치에서 중요한 것은 회의를 열고 주민을 참여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민이 무엇을 논의하고, 무엇을 결정하며, 그 결정이 실제 행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핵심이다.
[발행인의 설명] 한정민 사무총장은 (사)시민과함께하는 메가시티연구소에서 주민자치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으며,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참고조례가 지닌 한계와 미비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이번에는 마포구가 입법예고한 주민자치회·자치회관 관련 조례 전부개정안을 분석하고 평가한 글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