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 뉴스홈 > 마포 이슈 > 쓰레기 소각장, 제로웨이스트 기사 제목:

노을공원 삼풍참사 추모공간 설치 보류…마포 주민들 “공개 협의부터”

2026-10-25 12:19 | 입력 : 마포저널

백투본, 추모비 설치 반대 아닌 주민협의 요구 서명운동…서울시, 주민설명회 추진 밝혀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 추진하던 삼풍백화점 참사 추모공간 조성 사업이 마포구의 반발로 보류된 가운데, 주민단체가 사업 계획 재검토와 공개적인 주민 협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주민 생활과 밀접한 공원에 시설을 설치하려면 충분한 설명과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포소각장추가 백지화 투쟁 본부(백투본)는 ‘삼풍참사 추모비 노을공원 설치반대 주민공동서명’라는 제목으로 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 안내문은 “우리는 추모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포 주민과 충분한 협의 없이 노을공원에 추모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백투본이 제시한 요구사항은 네 가지다. ▲노을공원 설치 계획 재검토 ▲주민 대상 충분한 설명과 공개적인 협의 ▲주민 의견 및 반영 결과 공개 ▲다른 입지와 추모 방법에 대한 대안 검토다.

이번 서명운동은 추모시설의 필요성 자체보다 사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 참여와 정보 공개가 충분했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

서울시, 700㎡ 규모 추모공간 추진…설치 계획 보류

서울시는 노을공원 조각공원 일대 약 700㎡에 삼풍백화점 참사 추모조형작품 1점과 추모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서울시 공식 공모 공고에 따르면 사업명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은 이름들, 함께 기억하다’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재난의 기억과 교훈을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는 취지다. 작품 제작·설치비는 2억 원으로 책정됐다.
빨간 네모 부분이 추모공간 설립 예정지다 출처  서울시 홈페이지
빨간 네모 부분이 추모공간 설립 예정지다. 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그러나 마포구가 설치 계획에 반대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9월 15일 기자설명회에서 노을공원 설치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당초 11월로 예정됐던 설치 계획도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구의 문제 제기는 추모의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입지의 적절성과 주민 협의 절차에 초점을 맞췄다. 유 구청장은 추모와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참사 발생 장소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노을공원이 적절한 추모 공간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노을공원이 상암동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공간인데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논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주민들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사업 보류가 최종 취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설명회 개최 여부와 주민 의견이 실제 사업계획에 반영됐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난지도에 남은 참사의 흔적…유가족은 추모공간 기다려

이번 사업을 둘러싼 논쟁을 이해하려면 노을공원이 추모 공간 후보지로 선정된 배경도 살펴봐야 한다.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로 502명이 숨지고 937명이 다쳤다. 서울시가 발간한 사고 백서에 따르면 당시 붕괴 잔해의 대부분인 3만2,699t이 난지도에 처리됐다. 이후 잔해 적치장에서 유골과 유류품을 찾는 수색 작업이 진행됐지만, 끝내 가족의 유해를 찾지 못한 유가족도 있었다.

노을공원 추모공간 조성은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서 비롯됐다. 유가족과 동행한 재난피해자권리센터가 청와대에 추모공간 조성을 건의했고, 청와대 측의 요청을 받은 서울시가 사업을 추진했다. 센터는 앞서 추모 조형작품 제작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2,930명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미 위령탑 있는데 왜 또 노을공원인가”

백투본은 서명 안내문에서 서초구 매헌시민의숲에 삼풍참사 위령탑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노을공원에 추가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기존 위령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노을공원 추모공간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난지도에 참사 잔해가 매립됐고 유가족들이 오랫동안 이곳을 찾아왔다는 별도의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쟁점은 추모시설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만 머물지 않는다. 왜 노을공원이어야 하는지, 기존 위령탑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공원 이용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주민들에게 충분히 제공됐는지가 중요하다.

주민설명회 넘어 실질적인 의견 반영으로

백투본이 요구하는 것은 추모시설 설치를 무조건 막는 것보다 주민 의견을 공식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민설명회를 열더라도 사업 계획을 이미 확정한 뒤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주민들이 요구한 네 가지 사항은 사업 재검토와 공개 협의, 의견 및 반영 결과 공개, 대안 검토다. 서울시가 주민설명회 개최 방침을 밝힌 만큼 앞으로는 설명회 일정과 논의 범위,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 의견을 반영한 결과를 어떻게 공개할지가 관건이다.

백투본은 서명 안내문에서 “추모는 존중한다. 마포주민의 삶과 의견도 존중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추모는 희생자를 기억하고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회적 교훈을 남기는 일이다. 그 의미가 지역사회에서도 공감받으려면 유가족의 오랜 바람을 존중하는 동시에, 해당 공간을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사업의 취지와 계획을 투명하게 알리고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주민설명회 개최를 넘어 실질적인 협의와 결과 공개로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Copyrights ⓒ 마포저널 & www.mapojournal.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더보기 마포저널
마포저널로고

마포저널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이용,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마포저널 MapoJournal. All rights reserved.
발행·편집인 서정은 | 상호 마포저널 | 등록번호 서울아56266 ㅣ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12길 28, 313호 
 기사제보/취재문의 010-4891-6114 (문자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