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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 이동권은 누가 얘기하는 것이 맞을까?

2026-09-04 19:08 | 입력 : 마포저널

가장 불편한 사람이 편해진다면, 우리의 이동도 편해진다

9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이동은 권리다: 2027 저상좌석버스 도입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통약자 이동권은 누가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까.

교통약자를 좁은 의미에서 장애인만을 뜻한다고 생각한다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넓혀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버스를 타야 하는 부모, 부상으로 한동안 움직임이 불편한 사람, 버스 계단이 높아 오르내리기 어려운 노인도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도 있다.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도 교통약자를 장애인에 한정하지 않는다. 장애인·고령자·임산부·영유아를 동반한 사람·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교통약자로 규정하고 있다. 법은 이들의 이동권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장하는 것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두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교통약자는 ‘누군가’가 아니다.

언젠가 내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다.

이날 축사에 나선 시각장애인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장 불편한 사람이 편하게 된다면 정상인들은 얼마나 더 편하고 좋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으며 교통약자 이동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불편한 사람을 기준으로 교통체계를 만든다면, 그 혜택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휠체어가 오르내리기 편한 버스는 유모차를 끌고 타는 부모에게도 편하다. 계단을 낮춘 버스는 노인에게도 어린 아이들에게도 편하다. 승하차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시스템은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처음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누군가를 위한 배려가 결국 모두를 위한 편의가 되는 것이다.

휠체어를 탄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들으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날 토론회는 말로만 이동권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토론회에 앞서 실제 개발 중인 저상좌석버스에 직접 탑승해 승하차 과정과 차량 내부의 이동 동선, 휠체어 고정장치와 편의시설 등을 살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는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 보였다.

버스 한 대를 저상으로 만드는 것만으로 이동권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버스가 저상이어도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턱이 있다면 어떨까. 버스가 정차하는 곳의 공간이 좁아 경사판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면 어떨까. 휠체어가 안전하게 고정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날 토론에서도 차량 자체뿐 아니라 버스정류장과 주변 보행환경, 안전장치, 운행·관리체계,  버스운전자 교육 등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서 오늘 토론회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공급자와 수요자,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저상좌석버스를 개발하는 관계자에게서는 어떤 취지로 차량을 설계했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이용자들은 실제 버스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문제를 이야기했다.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한자리에 모여야 하는 사람들이다.

제조사는 기술적인 한계를 이야기할 수 있고, 이용자는 그 기술이 실제 생활에서는 왜 부족한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정책 담당자는 제도와 예산의 한계를 설명할 수 있지만, 이용자는 그 제도의 결과가 현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말할 수 있다.

그 간극을 줄이는 것이 정책토론회의 역할일 것이다.

2027년부터는 광역급행형·직행좌석형·좌석형 버스의 대·폐차 때 저상버스 도입 의무가 확대된다. 이번 토론회 역시 이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저상좌석버스의 안정적인 정착과 교통약자의 광역 이동권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런데 정책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현장의 불편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서울시의회의 조례 합의를 지켜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지난 8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를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 중심으로 바꾸고 서울 시내버스를 모두 저상버스로 전환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당론 1호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장연은 이에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면 중단했다. 이 조례안은 11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무언가 바뀔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정작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서도 왜 변화는 이렇게 더딘 것일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어디에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법과 예산의 문제인지, 행정의 문제인지, 아니면 사회적 합의의 문제인지.

오늘 토론회에서는 그 답을 하나로 정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교통약자 이동권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 필요한 경사판이 내일은 다친 나에게 필요할 수 있다. 오늘 유모차를 끌고 버스에 오르기 힘든 부모가 겪는 불편을 언젠가는 나도 겪을 수 있다. 지금은 쉽게 오르내리는 버스 계단이 나이가 들면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질문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교통약자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교통체계에서 살아갈 것인가”라고.

오늘 토론회에서 들었던 서미화 의원의 말처럼 가장 불편한 사람이 편해진다면, 그 사회에서 나머지 사람들의 이동도 훨씬 편해질 것이다.

그래서 교통약자 이동권은 누가 이야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어쩌면 분명하다.

교통약자가 이야기해야 하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들어야 하며,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이 이동을 ‘편의’가 아니라 권리라고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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