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 뉴스홈 > 마포 이슈 > AI/과학기술 기사 제목:

"삼성전자 성과급 파업은 임금분쟁이 아니었다"…AI 시대 '분배정치'의 시작

2026-07-04 14:39 | 입력 : 마포저널

KU노동학세미나, 2026년 삼성전자 임금교섭의 의미 진단

"이번 삼성전자 임금교섭은 단순한 임금분쟁이 아니었다. AI·HBM 시대 초과성과를 둘러싼 새로운 분배정치의 출현이었다."

지난 3일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가 개최한 'KU 노동학세미나'에서 황기돈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담당 공익위원은 'N% 성과급 교섭과 현단계 노사관계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황 위원은 올해 삼성전자 임금교섭 과정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담당 공익위원으로 참여해 노사 간 협상 타결을 이끌었던 핵심 인물이다. 이번 발표는 실제 조정 경험을 토대로 이번 교섭의 배경과 향후 노사관계의 변화를 분석했다.
11
출처 -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노동문제연구소 홈페이지

SK하이닉스가 촉발한 성과급 논쟁

이번 삼성전자 노사갈등의 출발점은 SK하이닉스였다.

2025년 SK하이닉스 노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AI와 HBM 시장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직원들은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기존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반 성과급 제도와 연봉 50% 상한을 유지했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회사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존 제도에서는 성과가 충분히 직원들에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황 위원도 발표에서 "이번 교섭의 출발은 경쟁사 성과급 따라잡기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갈등은 곧 단순한 액수 경쟁을 넘어 성과배분 기준 자체를 둘러싼 논쟁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15% 요구…성과급 제도 전면 개편 요구

삼성전자 노조는 기존 임금인상 요구를 넘어 성과급 제도의 구조적 개편을 요구했다.
주요 요구사항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 배분 △연봉 50% 상한 폐지 △성과급 제도화였다.
회사 측은 기존 EVA 기반 성과주의 체계를 유지하면서 특별경영성과급 지급을 제안했고, 양측은 장기간 대립했다.

교섭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중단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 직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총파업을 하루 앞둔 5월 20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과정에서 극적으로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최종 합의안은 기존 OPI를 유지하면서 영업이익을 반영한 특별경영성과급을 별도로 신설하는 절충안이었다. 이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3.7%의 찬성으로 가결되며 약 5개월간 이어진 임금교섭이 마무리됐다.

"얼마를 받느냐"에서 "왜 그렇게 나누느냐"로

황 위원은 이번 갈등의 본질이 성과급 액수가 아니라 "성과를 어떤 기준과 절차로 배분할 것인가"에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노사관계가 임금인상률과 노동조건 개선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AI와 반도체 산업에서는 성과배분의 공정성과 정당성이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 노동자들은 보상의 절대 규모보다 보상이 결정되는 과정과 기준의 공정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 위원은 "성과주의를 폐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과주의의 정당성을 재구성하자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바꾼 노사관계

이번 교섭의 또 다른 특징은 '플랫폼형 노사관계'였다.

과거 노사관계의 중심이 교섭장과 사업장이었다면, 이제는 직장인 커뮤니티와 사내 게시판, 메신저, 유튜브 등이 여론 형성의 핵심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노조 역시 온라인 공간에서 직원들의 불만과 요구를 빠르게 조직하며 과반노조로 성장했다. 반면 온라인 여론은 기대 수준을 급격히 높여 노사 모두 협상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황 위원은 앞으로 노사관계가 임금교섭에서 성과배분 교섭으로, 연례교섭에서 상시교섭으로, 전통적 노사갈등에서 조직 내부의 성과배분 갈등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과급 경쟁,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토론자로 나선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은 보다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한 사무총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경쟁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확대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노동운동의 연대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고임금 구조가 AI와 로봇 도입을 더욱 가속화해 장기적으로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대안으로 임금의 사회적 조율, 성과급 상한 설정, 산업 차원의 초기업 교섭 확대 등을 제안했다.

새로운 노사관계의 출발점

이번 세미나는 삼성전자 임금교섭을 단순한 기업 내부의 임금분쟁으로 보지 않았다.

AI 시대 초과성과를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논의의 시작이며, 성과주의 체계의 정당성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던졌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성과배분의 공정성과 설명 가능성,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노사관계 모델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가 앞으로 첨단산업 노사관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Copyrights ⓒ 마포저널 & www.mapojournal.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더보기 마포저널
댓글 :0
댓글 등록
0/400
  • 작성자명 |2024.11.14 10:30
    이곳은 댓글 작성한 내용이 나오는 자리 입니다.
1 2 3 4 5
마포저널로고

마포저널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이용,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마포저널 MapoJournal. All rights reserved.
발행·편집인 서정은 | 상호 마포저널 | 등록번호 서울아56266 ㅣ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12길 28, 313호 
 기사제보/취재문의 010-2068-9114 (문자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