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관광 명소 ‘레드로드’가 최근 ‘흡연 성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거리를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설치한 담배꽁초 수거함이 오히려 흡연자들을 불러모으는 집결지 역할을 하며 간접흡연 피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타 자치구 대비 현저히 높은 설치 비용이 알려지면서, 마포구의 환경 정책과 예산 집행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청결’ 위해 설치했더니 ‘연기’만 가득
마포구는 홍대 관광특구의 청결을 목표로 레드로드를 포함한 인근 지역을 ‘환경 정비 특별구역’으로 지정하고 약 100여 개의 꽁초 수거함을 배치했다. 하지만 정책의 의도와 달리, 수거함이 설치된 지점마다 흡연자들이 몰려들며 보행로가 사실상의 흡연 구역으로 변질됐다.
일부 구간은 10m 이내에 4~5개의 수거함이 밀집해 있어 보행자들이 담배 연기를 피할 길이 없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지역 주민들은 “행정 편의주의가 간접흡연을 조장한다”고 비판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조차 길 한복판의 재떨이에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4만 원 vs 72만 원… 18배 차이 나는 ‘단가’
논란의 핵심은 예산의 효율성이다. 마포구가 설치한 꽁초 수거함의 개당 단가는 72만 원에 달한다. 이는 시중 제품은 물론, 다른 자치구의 사례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도봉구: 기존 가로 쓰레기통 옆에 부착하는 방식을 도입해 개당 4만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공간 활용도와 민원 수용성을 모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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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구의 담배꽁초수거함 - 출처- 도봉구청 홈페이지 |
▶영등포구: 식당 밀집 지역 등에 단독형 수거함을 설치하며, 담뱃불을 비벼 끌 수 있는 타공판과 일반 쓰레기 투입을 막는 특수 설계를 적용해 기능성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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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구청 담배꽁초수거함 - 출처 - 영등포구 홈페이지 |
▶마포구:‘마포만의 디자인’과 ‘내구성 강화’를 이유로 들었으나, 타 구 대비 최대 18배 비싼 예산을 투입한 결과가 결국 주민 불편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보여주기식 시설보다 정밀한 정책 설계 필요
전문가들은 흡연 부스 등 대안 없이 수거함만 설치할 경우 해당 지점이 흡연 장소가 되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시설물의 ‘디자인’과 ‘상징성’에 매몰되어 정작 시민의 행태 분석과 보행권 보호라는 본질을 놓쳤다는 것이다.
또한, 마포구 도시환경국의 고질적인 예산 이월 문제와 예비비 남용 사례도 행정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레드로드의 ‘흡연 성지화’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시민의 일상을 어떻게 침해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