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나무 베어내고 소나무 심은 마포…“그늘 잃은 도심, 누구를 위한 조경인가”
    • 서울 도심 마포역 일대가 최근 ‘그늘 없는 거리’로 변해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한꺼번에 잘려나가고, 그 자리에 소나무들이 들어선 것이다.

      “그늘막을 잃었다” 주민 분노 확산
      마포역 인근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은행열매 냄새가 문제라면 청소 인력을 보강하면 될 일인데, 왜 수십 년 된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렸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은행나무들이 여름철 도심의 그늘막이 되어왔는데 지금은 땡볕이 내리쬔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현장에 심어진 소나무는 뿌리가 활착하지 못해 잎이 누렇게 변색되고 일부는 고사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커뮤니티에는 “소나무는 본래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값비싼 소나무 식재에 예산 낭비 의혹까지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나무 민원 vs 도시환경
      가로수 교체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된 문제다. 은행나무 열매 악취와 낙엽 청소 부담을 호소하는 주민 민원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은행나무는 병충해가 적고 매연 흡수력이 높아 도시 환경에 기여하는 대표적 수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는 2016년 ‘가로수 기본계획’에서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거나 열매 털기 장비를 활용하는 등 단계적 관리 방안을 마련했지만, 마포구 사례처럼 전면 교체 방식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가로수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도시 열섬 완화와 탄소 흡수, 빗물 침투 등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인프라”라며 “단기 민원 해소를 이유로 수십 년 된 활엽수를 베어내는 것은 장기적으로 도시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경 정책, 투명성과 공론화 필요
      마포역 인근 복사골공원에도 논란은 이어진다. 주민들은 “몇 년째 관리되지 않은 덩굴 식재, 기괴한 조형물 설치 등으로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구청의 조경 사업 전반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나무를 베고 심는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환경정책 결정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합리적인지 묻는 사건이다. 도심 가로수는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공공재다. 행정 당국은 미관과 민원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환경적 가치와 주민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장기적 조경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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