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효과] 정당정치를 유린한 ‘전당대회의 난동꾼’
    • – 극우 선동, 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좀먹는다
    • 정당정치의 무대는 ‘소란’이 아니라 ‘토론’으로 빛나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는 극우 유튜버 전한길(본명 전유관)이라는 한 개인의 난동으로 추락했다. 그의 행위는 단순한 장내 소란이 아니라, 정당의 자율적 의사결정 구조를 파괴하려는 조직적 선동이었다.

      지난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전한길은 특정 후보의 발언 때마다 ‘배신자’라는 구호를 유도하며 당원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이는 공론장을 여론몰이의 놀이터로 전락시키는 행위다. 더구나 그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가 선출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한 사실은, 당원 자격을 넘어 정당 운영을 사적 정치 프로젝트에 종속시키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정당은 ‘합의된 규칙 속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경쟁하는 장’이다. 그러나 전한길의 행위는 이 규칙을 부정한다. 합동연설회는 당원들이 각 후보의 비전과 정책을 듣고 판단하는 공간이지, 특정 진영이 상대를 매도하는 전투장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그의 극우 정치 선동은 오히려 정당 내 다양성을 억압하고,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독으로 작용했다.

      국민의힘이 뒤늦게나마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 절차를 회부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이 스스로의 정치 공간을 보호하려면, 향후 전당대회와 당내 공식 행사에서 유튜버·외부 선동 세력의 무분별한 개입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당헌·당규가 규정하는 ‘당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조항은 장식이 아니다.

      정당정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올린 신뢰 위에 선다. 한 사람의 과잉 행동이 그 신뢰를 허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몇 분이면 족하다. 전한길 사태는 ‘당의 미래를 누가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이 극우 선동가의 목소리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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