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3일 당 사무총장에 조승래 의원(3선, 대전 유성구갑)을, 정책위의장에 한정애 의원(4선, 서울 강서병)을 임명했다. 전날 발표한 비서실장·정무실장·대변인 인선에 이은 후속 인사로, 민주당은 개혁 드라이브의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정무 안정성과 조직 관리 능력을 겸비한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사무총장은 당 재정과 공천, 조직 관리를 총괄하는 핵심 실무직으로, 내년 재보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체질을 좌우하는 자리다. 정책위의장은 국정 어젠다를 정비하고 당정 간 정책조율을 주도하는 전략적 브레인이다. 이 두 직책에 누구를 앉히느냐는 정 대표 체제의 성격을 규정짓는 바로미터다.
■ ‘조직통’ 조승래, 충청권 중진으로 기반 다져
조승래 신임 사무총장은 충청권 3선 중진으로, 당 수석대변인과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을 맡아오며 정무 감각과 대외 소통 능력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정 대표와는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간사와 위원장으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정 대표는 "조 의원은 치밀하고 유능한 전략가이자, 내년 지방선거를 지휘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현장성과 안정감을 동시에 갖춘 인선”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청래-조승래-황명선으로 이어지는 충청권 트라이앵글 체제가 명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민주당이 수도권과 호남에 집중됐던 당내 권력구조를 완만하게 재편하며, 이재명 정부의 지역 기반 확장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 정책위의장 한정애, 당정 정책 조율의 ‘브레인’ 복귀
정책위의장에 내정된 한정애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21대 국회 초반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은 바 있는 대표적인 정책통이자 노동전문가다. 한국노총 출신으로 현장과 제도권을 두루 경험한 그는 당내 중도·실용 노선의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당정 간 정책 조율을 위해 실력과 신뢰를 갖춘 인사”라고 평가하며, 입법 성과 창출을 위한 역할을 기대했다. 실제로 한 의원은 과거 장관 재임 시절 한국형 탄소중립 전략과 폐기물 정책을 정비해 정책 추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인선으로 정 대표는 당의 투쟁성과 메시지는 자신이 맡고, 정책성과와 제도 운영은 전문성 있는 인사에 위임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한 셈이다.
■ ‘친명+비명 조화’ 신호도… 온도 조절 나선 정청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조승래·한정애 의원 모두 당내에서 강한 ‘친명’으로 분류되지 않는 실무형 중도파라는 점이다. 당초 정청래 대표의 대표 선출 직후, 비서실장·정무실장·대변인까지 모두 친명계 핵심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이번 인선은 당내 통합 신호이자 내부 온도 조절 시도로도 읽힌다.
조 의원은 수석대변인 시절 이재명 대표 체제를 방어하면서도 언어의 균형을 잃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신으로 당내 비주류와도 소통이 원활한 편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정청래 체제의 1차 당직 인선은 충성보다 기능, 노선보다 유능에 방점을 찍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 남은 과제는 ‘선거 전략’… 전략기획·조직 인선 주목
이로써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 체제 출범 이후 핵심 당직 5석을 모두 채웠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주요 인선—특히 전략기획위원장, 조직사무부총장, 수석부대변인단 등—에서는 보다 전투적 성향의 인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 준비와 당내 개혁 과제 수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정 대표 체제는, 조직 정비의 디테일을 통해 그 진면목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대표가 선택한 첫 당직자들은 "강성 선봉장"으로 불리는 대표의 정치 이미지와 대비되는, 절제되고 기능 중심의 인사들이다. 당의 전면에선 개혁과 투쟁을 외치면서, 내부 시스템은 중도·실무형으로 채운 이 조합이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청래 체제’는 지금 그 균형 위에서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