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효과] "쓰레기를 어디에 묻을 것인가"는 이제 "어떻게 태울 것인가"의 문제다
    • “이제 더는 묻을 땅이 없습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자치단체에 보내는 이 메시지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불편한 진실을 다시 들춰내고 있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가연성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이 쓰레기들은 갈 곳이 없다. 매립을 하지 못하는 만큼, 태우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소각장조차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 마포구에 계획된 광역자원회수시설은 행정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마포구 주민들의 거센 반발은 단순히 '님비(NIMBY)'의 문제가 아니다. 밀실행정, 요식적인 공청회, 일방통행식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폭발한 결과다.

      공공소각장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한 채, 직매립 금지만 선언한 현실. 우리는 지금 ‘갈 데 없는 쓰레기’ 앞에 두 손 들고 있는 꼴이다. 자치단체들은 신·증설은커녕 계획 수립조차 미적거리고 있다. 
      소각장을 지으려 해도 행정절차는 산을 넘고, 주민 반발은 파도를 친다. 
      그렇다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도시는 계속해서 쓰레기를 낳는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사회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배달음식 포장재, 물류 포장재, 일회용품 사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23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무려 360만t. 3년 새 6% 이상 늘었다. 아무리 재활용률을 높여도 한계는 명확하다. 결국 소각장과 같은 인프라 확충 없이는 뒷수습이 불가능하다.

      이 와중에 유일한 숨통이 되고 있는 것이 민간 소각장들이다. 수도권에 운영 중인 민간 소각장은 22곳. 이들이 처리할 수 있는 양은 하루 약 2700t으로, 직매립 금지분까지 일부 소화 가능하다. 단기적 대안으로 민간 시설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물론 이 또한 사회적 공공성을 강화하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 배출가스, 비산먼지, 냄새 관리 등 엄격한 감시 체계와 환경감시단이 동반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갈등 회피’가 아니라 ‘갈등 조정’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시간이 없다. 단기적 해법은 민간소각장 활용이고, 중장기적 해법은 과학적 데이터와 주민 협치에 기반한 공공시설 확보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쓰레기를 태우는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는 사회적 기술이 진짜 문제다. 지금이 그 ‘기술’을 다시 설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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