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내각과 대통령실 주요 참모진 인선을 잇달아 발표하며 국정 운영의 방향성과 정치적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중진 의원과 외교·안보 베테랑, 선거 캠프 측근 인사들을 대거 중용한 이번 인사는 ‘안정 속 개혁’을 기치로 내세우며 초기 국정 동력 확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일과 8일 발표된 인사 명단을 종합하면, 이번 내각의 키워드는 명확하다. ▲경험 있는 인사들로 국정 안정 추구 ▲대통령 측근과 캠프 출신 인사를 통한 정권 결속 강화 ▲검찰개혁과 대국민 메시지를 정면 돌파하는 정치적 의지를 반영한 구성이다.
‘호흡 맞춘’ 중진과 베테랑 포진… 안정적 국정 운영 포석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선 중진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수석 최고위원으로 함께 호흡한 인물이다. 대통령실은 “풍부한 의정활동과 민생 정책 역량, 통합의 정치력”을 강점으로 꼽았으며, 김 후보자는 정권 초반 ‘정책 집행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국가정보원장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NSC 상임위원장을 역임한 이종석 전 장관이 지명됐다. 외교안보 분야의 연속성과 정책 안정성을 고려한 인사라는 평가다. 대통령실은 “정보기관 개혁과 남북관계 조정 능력을 겸비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실장으로는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낙점됐다. 주미·주러 대사관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실용 외교와 국방 정책 조율을 담당할 예정이다. 대통령 경호처장에는 전 육군 대장인 황인권 씨가 발탁돼, 경호처 쇄신이 예고된다.
캠프 핵심 측근 대거 기용… ‘친정체제’ 구축
정치권의 이목은 청와대 인사에 쏠렸다. 대통령비서실장에는 강훈식 의원이 임명됐으며, 그는 의원직을 내려놓고 국정의 최전선으로 복귀했다. 대선 전략기획본부장으로서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를 실질적으로 이끈 그는 ‘친명계 브레인’으로 불린다.
강 실장은 우상호 전 비대위원장을 정무수석에, 이규연 전 JTBC 보도대표를 홍보소통수석에 임명했다. 우 수석은 4선 중진으로 여야 간 소통의 교두보를, 이 수석은 탐사보도 출신 언론인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인사는 오광수 민정수석이다.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검사 시절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검찰개혁의 상징적 인물로는 다소 이질적이라는 일부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사”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개혁과 통합’ 사이… 이재명표 국정의 방향성 시험대에
이재명 정부의 초대 내각은 대통령의 철학과 정무적 계산이 고스란히 반영된 ‘전략 내각’이다. 실무와 경험을 갖춘 인사들로 국정 안정을 기하고, 친정체제를 통해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그러나 초기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야권 협치나 국민 통합이라는 과제에서는 숙제를 남긴 셈이다. 특히 검찰개혁, 언론 개혁, 남북관계 등 민감한 국정 의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내각이 보여줄 정책 조율력과 위기 대응 능력은 정권의 명운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