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없어지기 D-day. 마지막 출퇴근과 이사, 그 이후.”
“망할 회사, 진짜 너무 싫어 진절머리가 난다.”
한 유튜버가 올린 일상 브이로그. 그러나 이 영상은 평범한 퇴사자의 기록이 아니었다. 그가 공개한 공간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실이었고, '회사'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권력기관이었다.
주인공은 대통령실에서 9급 행정요원으로 일했던 신모 씨. 최근까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전속 사진사로 활동하며, 여러 차례 정치·사회적 논란을 불러온 사진의 당사자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존재와 역할이 단지 사진을 찍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본지는 전·현직 대통령실 관계자, 내부 문건, 유튜브 기록을 종합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벌어졌던 권력 사유화와 기강 해이, 그리고 비선 실세 구조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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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들 |
‘김건희 마포대교 사진’의 정체… 실세는 누구였나?
2023년 10월,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김건희 여사가 마포대교를 경찰과 함께 순찰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문제는 대통령이 아닌 영부인이 치안권한을 가진 경찰과 단독으로 행보를 했다는 것이었고, 이에 대해 '대통령 역할을 대리하려는 상징적 이미지'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 사진을 찍은 이는 바로 신 전 행정요원.
그는 대통령실 사진팀에 소속돼 있었지만, 사실상 김건희 여사의 전속 포토그래퍼로 활동했다.
내부 회의나 결재 없이도 촬영·편집·공개까지 주도했다는 증언도 있다.
대통령실의 한 전직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 씨는 실질적으로 ‘김건희 라인’으로 통했고, 다른 부서 상관도 무시했다. 마포대교 사진은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 씨가 직접 공개 강행한 걸로 알고 있다.”
순천만·캄보디아… ‘화보’로 연출된 국정행사
신 전 행정요원이 담당한 또 다른 논란은 202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방문 사진이다.
행사 공식 홍보보다 패션 화보처럼 연출된 이미지가 더 강조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식 촬영치곤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한 채 김 여사만 도드라진 사진 구도, 특정 각도로 연출된 장면 등은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한 전직 관계자는 “이게 국가 행사인지 개인 브랜드 마케팅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2022년 동남아 순방 당시 김 여사가 캄보디아 빈민가 심장병 아동을 안고 있는 장면 역시 신 씨가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진은 국제 인도주의 기준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도국 아동을 선진국 인사와 함께 찍는 연출은, 원조 수혜의 대상처럼 보이게 해 피해야 한다”는 유엔·언론단체의 보도 가이드를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다.
권력 사유화의 현장… “사진사가 사실상 비선”
신 씨는 사진학 전공의 대학생 신분으로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고,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에 9급으로 채용됐다. 그러나 그 권한은 일반 9급을 훨씬 초월했다.
전직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에 이렇게 전했다.
“김건희씨의 지시가 신 씨를 통해 전달되는 일도 있었다. 부속실 고위 인사도 신 씨의 말에 따랐고, 심지어 언쟁 중 신 씨가 다른 부서 고참들을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일도 있었다.”
이른바 ‘실세 비선 구조’가 김건희 여사를 정점으로 형성됐고, 그 말단에 있는 촬영 담당자조차 권력의 대리인처럼 움직였다는 것이다.
보안 해이, 기강 무너진 대통령실… ‘퇴사 브이로그’ 파문
이 같은 문제는 ‘퇴사 브이로그’로 정점을 찍었다.
신 씨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첫 직장 생활 너무 힘들었지만 많이 버텼다”며 대통령실 내부 장면, 직원 얼굴, 근무 환경 등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이는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로, 현재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지만 게시 당시에는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건, 영상 속에서 신 씨가 대통령실을 “망할 회사”라 지칭하며 불만을 표출한 장면이었다.
근태 불량·경고 전력까지… 공직 기강 어디로?
본지는 전직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신 씨가 근태 문제로 정식 경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야간 촬영이나 외근을 핑계로 지각·조퇴가 반복됐고, 반복적인 민원이 접수돼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공식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고 한다.
“사진팀이라는 특수성을 내세웠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특혜 직원’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상명하복 체계를 무너뜨리는 대표 사례였다.” (전직 공직기강 관계자)
신 전 행정요원은 단순한 사진 촬영 담당자가 아니었다.
그는 김건희 여사의 그림자 권력을 대리해 사진을 통해 권위와 이미지를 연출하고, 반대하는 내부 기강까지 억눌렀다.
심지어 대통령실의 보안과 질서를 흔들면서도 처벌이나 견제 없이 근무를 이어갔으며, 퇴사 이후에는 그것마저 유튜브 콘텐츠로 전시했다.
이 사안은 단순한 ‘퇴사자의 일탈’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를 중심으로 한 비선 구조,
공직자 인사의 사유화,
대통령실 기강 붕괴라는 국정 시스템 전반의 붕괴 조짐을 드러내는 경고등이다.
대통령실은 누구의 공간인가.
공직은 개인의 사적 연출 도구인가.
그리고 이 권력의 연출자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