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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31일 공개된 사법정보공개포털 홈페이지 캡처 |
2025년 5월, 대한민국의 사법권은 전례 없는 시민의 ‘정보공개’ 요구 앞에 직면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이 “전자문서로 기록을 열람했다”고 해명한 이후, 해당 기록에 대한 로그 접근 기록 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SNS를 통해 “대법관 10명이 이틀 동안 6만 페이지의 전자기록을 열람했는지, 열람 시간과 접근 경로 등 모든 로그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백만인 서명운동을 제안했고, 관련 링크가 급속히 퍼지며 국민 정보공개 청구는 이미 5천 건을 돌파했다.
법원에 쏠린 의혹…“정당한 절차였는가”라는 질문
이번 사안의 핵심은 판결 자체보다 판결을 위한 과정에 대한 불신이다. 대법관 10명이 사흘도 안 되는 기간 동안 6만 쪽에 달하는 소송 기록을 실질적으로 열람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전자문서 시스템으로 확인했다”고 해명했지만, 국민들은 단지 ‘확인했다’는 설명이 아니라 언제, 누가, 무엇을, 얼마나 봤는지를 묻고 있다.
이는 단지 기술적 투명성의 문제가 아니다. 사법권력의 절차 정당성에 대한 실질적 검증 요구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국회 법사위에서 “접속 로그를 제출하라”고 공식 요구하며,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포털에서 청구하라’는 국민들…광장 대신 마우스 클릭
이 사태의 특징은 광장 민주주의가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됐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지금 “왜 그런 판결을 내렸느냐”라고 묻는 대신, “그렇게 빨리 기록을 읽을 수 있었느냐”고 묻고 있다. 시민들은 법원 사법정보공개포털에 정보공개 청구를 집단적으로 올리고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그 물결은 더욱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 사법 판단의 ‘시간, 과정, 절차’가 투명해야만 정당하다는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단지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정당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
판결 그 이후…사법권에 주어진 ‘설명 책임’
이처럼 시민들이 판결의 ‘디지털 로그’까지 요구한 사례는 처음이다. 그만큼 지금 국민은 ‘무엇이 옳았는가’보다 ‘정당한 절차였는가’를 요구하고 있다. 대법원이 이를 단지 사법 방해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국민 앞에 스스로의 과정을 설명할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한순간의 판결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것은 시민의 지치지 않는 질문과, 국가기관의 성실한 응답 사이에서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