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들의 향후 4년간 의정비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는 2027년 월정수당 인상안을 놓고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지방의원의 역할과 책임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지역의 재정 여건과 주민들의 신뢰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서대문구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의정비 인상의 적정성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렸다. 찬성 측은 지방의원의 직무와 책임을 고려할 때 의정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은 재정자립도와 주민 수 감소 등 지역 여건을 고려해야 하며, 과거 의정활동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7% 인상, 누구의 기준으로 적정한가
찬성 측은 월정수당 7% 인상이 겉으로 보이는 수치만큼 실질적인 보상 확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물가와 공무원 보수의 변동을 고려하면 인상 효과가 제한적이며, 현행 인상 구조가 유지될 경우 장기적으로 지방의원의 보상 수준이 공무원보다 낮아지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대 측의 시각은 다르다. 의정비는 의원 개인의 직무에 대한 보상이지만, 지급 재원은 지역의 재정 여건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정자립도와 주민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인상률을 정할 때는 지역의 부담 능력과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은 각각 보상의 적정성과 재정적 책임이라는 서로 다른 기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인상률의 타당성을 판단하기보다, 인상률 산정 근거와 지역 재정 여건, 의정활동 실적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논란이 남긴 신뢰의 문제
반대 측은 과거 구의원들의 출장비 허위 청구 논란 등으로 구민들이 실망한 점도 의정비 논의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정비 인상은 지방의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전제로 하는 만큼, 과거 논란에 대한 설명과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다만 출장비 허위 청구와 관련해서는 실제 확인된 사실과 의혹 제기, 관련 기관의 조사·처분 결과를 구분해 살펴야 한다. 구체적인 사건과 처리 결과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다음 임기에 선출된 의원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문제 제기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지방의원의 보상을 현실화하자는 요구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의원들 스스로 공적 비용을 투명하게 사용하고 의정활동의 책임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긴축과 책임을 말하는 순간, 해외연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번 의정비 논란에서 서대문구민들의 실망감을 키운 대목은 구 재정 부담을 줄이고 지역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구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정비 인상에 반대하는 측은 지역의 재정 여건과 주민 수 감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연수까지 추진된다면 주민 입장에서는 의정비 인상과 공적 비용 지출에 어떤 기준이 적용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물론 해외연수 자체가 불필요하거나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외의 정책과 행정 사례를 조사해 지역 정책에 활용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역할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연수의 목적과 일정, 예산, 방문 기관, 결과보고서, 정책 반영 계획 등을 주민에게 충분히 공개해야 그 필요성을 평가할 수 있다.
의정비 인상과 해외연수는 서로 다른 사안이다. 그러나 두 사안 모두 공적 재원을 사용하고 지방의원의 책임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민의 시선은 맞닿아 있다. 보상 수준을 높여야 한다면 그에 걸맞은 성과와 책임을 보여줘야 하고, 공적 비용을 지출한다면 그 필요성과 결과를 설명해야 한다.
주민이 요구하는 것은 인상률 이상의 설명
의정비는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뒷받침하는 보상이다. 동시에 주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공적 비용이기도 하다. 따라서 의정비 현실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만으로 인상률의 타당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재정자립도와 인구 변화, 의정활동 실적, 공무원 보수인상률 등 법령에서 고려하도록 한 요소들을 어떻게 검토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주민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이 최종 결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서대문구의 의정비 논쟁은 단순히 7%를 올릴 것인지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지방의원의 역할에 걸맞은 보상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그 보상을 정당화할 책임과 신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의정비는 인상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인상 근거를 공개하고, 공적 비용을 투명하게 사용하며, 의정활동의 결과로 주민에게 답하는 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마포구와 서대문구의 주민공청회를 모두 지켜본 결과, 구민들의 고민은 단순히 의정비 인상에 찬성할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에 머물지 않았다. 지방의원의 역할과 책임을 인정하고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한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의정활동에는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이른바 ‘당근과 채찍’을 어떻게 내밀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의정비 현실화를 통해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요구와 공적 비용에 걸맞은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인상도, 무조건적인 동결도 아닐 수 있다. 보상이 필요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의정활동을 보여주며, 잘못된 행위에는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결국 이번 의정비 논쟁의 핵심은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를 넘어, 어떤 기준으로 보상하고 무엇으로 그 책임을 확인할 것인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