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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민 특별기고문_3편] 어느 주민이 결정하는가 ... 문턱은 참고조례가 세웠고, 마포구는 그 문을 행정 쪽에 달았다

2026-10-26 10:51 | 입력 : 마포저널

마포구 주민자치회·자치회관 조례 전부개정안을 읽고 (3)

주민총회의 결정 목록을 넓히는 일보다 어려운 것이 이 질문이다. 
'어느 주민이 결정하는가'
결정 목록은 조문 한 줄로 늘릴 수 있지만 문턱은 사람을 가르기 때문이다.

기사의 내용에 맞게 생성형 AI로 이미지 작업함
기사의 내용에 맞게 생성형 AI로 이미지 작업함

회원은 주민인가, 주민이 회원인가

이 물음에 두 조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답한다. 행정안전부의 참고조례는 회원이라는 층을 두지 않고 주민을 바로 참여자로 놓았다. 제2조(정의) 3은 주민총회를 “거주하는 주민은 누구나 참여하여 주민자치 활동과 계획 등 자치활동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민공론장”으로 정의한다. 회원이 없으니 물을 것도 없다. 단순하지만, 참여가 권리인지 초대인지는 정하지 않는다.

마포구안도 같은 구조다. 조례 전문에 ‘회원’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제2조(정의)는 주민자치회, 주민자치회 위원, 주민총회, 자치계획, 자치회관, 단체 등 여섯개를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 2호는 위원을 “해당 동의 주민을 대표하는 주민자치회의 구성원”이라고 정의한다. 대표는 있는데 대표하는 사람을 정의하지 않았다.

자료집은 이 자리를 첫 번째 빈칸으로 꼽고 있다. “법과 조례는 추첨·위촉된 20~40명의 ‘위원’만 다룰 뿐, 그 동네에 사는 일반 주민이 이 단체의 소속원(회원)인지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없습니다. 회원이 없는 단체는 법리상 결사(사단)가 아닙니다.” 그 결과 회원이 아닌 주민은 최고의결기관이라는 주민총회에 가서도 의결권·선거권·소환권을 가진 주인이 아니라 연 1회 구경하고 손 드는 참관객에 머물게 된다.

정확한 지적이다. 마포구안 제19조 ②는 “참석 주민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참석 주민’은 그날 온 사람이다. 회원 명부가 없으니 누가 결정권자인지 사전에 확정되지 않고, 참석자 구성은 해마다 달라진다. 안정된 의사결정체가 아니라 그때그때 모인 사람들의 집합이 결정을 하게 된다.

회원이 지정되어 있지 않으니 발의·소환·열람도 누가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주체를 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료집이 빈칸 1번(회원)과 4번(소환권), 10번(장부 열람권)을 따로 세었지만, 실은 한 번의 공백에서 나온 세 개의 결과다. 회원을 정의하지 않으면 나머지 두 권한은 조문에 등장할 수조차 없다.

자료집이 제시하는 신설안은 이렇다. “해당 읍·면·동에 주소를 둔 주민은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된다. 가입과 탈퇴는 자유로우며 정당한 이유 없이 가입을 거부할 수 없다.” 회원은 총회 참석권·발언권·의결권·임원 선출권·소환권·정보 열람권을 가진다. 마포구안에 이 한 조항이 없는 것이, 이 조례가 ‘주민의 조직’이 아니라 ‘위원의 조직’으로 남는 이유다.

문턱 하나 — 4시간, 물려받은 문턱에 하나를 더 얹었다

제9조①은 “구청장이 인정하는 주민자치 교육과정을 4시간 이상 사전 이수한 사람 중”에서 추첨한다. 이 요건은 참고조례 제8조③이 이미 정한 것이다. 마포구가 새로 세운 문턱이 아니라 물려받은 문턱이다.
마포구가 더한 것은 연임 때의 4시간이다. 참고조례 제9조②는 연임 시 추첨만 규정하고 교육을 요구하지 않는다.

마포구안 제10조③은 임기 만료 전 4시간 이수를 요구한다. 2년마다, 세 번, 같은 문턱을 다시 넘어야 한다.
제12조①3은 이미 교육 이수를 위원의 의무로 규정한다. 자격과 의무에 같은 것이 두 번 들어 있다. 의무로 두면 활동하면서 채울 수 있고, 자격으로 두면 들어오기 전에 채워야 한다. 

자료집의 처방도 같다. “위원으로 선정된 뒤 일정 기간 안에 이수하게 하고, 교육 인정 권한은 주민자치회·협의체로 넘깁니다.” 마포구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연임까지 자격으로 묶었으니 참고조례보다 강화한 셈이고, 자료집이 지목한 문제를 한 겹 더 두껍게 만든 것이다.

문턱 둘 — 누가 뽑는가

참고조례 제8조⑨는 위원추첨운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고만 하고, ⑩ 단서에서 최초 구성 규칙만 구청장이 정하도록 했다. 임의 규정이다.
마포구안 제8조①은 “각 동에 위원추첨관리위원회를 둔다”로 바꿨다. 임의를 의무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②항이 그 위원을 동장이 위촉하도록 한다. 동장 추천 2명 이내, 학교·기관·단체 추천 3명 이내다. 

위원회를 상설로 만든 것은 진전이지만, 그 위원회를 채우는 손은 행정에 있다. 추첨은 공정성의 장치인데 그 추첨의 규칙을 정하는 사람을 동장이 고른다. 심판을 선수에게 맡기는 구조다.

자료집 11번의 지적이 여기에 정확히 걸린다. “추첨 명부를 확정하고 공고하는 길목에 행정이 개입할 수 있는 비공식 인선 관문이 생기는 셈입니다.” 처방은 “추첨 규칙과 절차 관리를 주민 창립준비위원회 또는 주민자치협의체에 맡깁니다”이다. 마포구안은 위원회를 상설화했으나 그 관문은 그대로 두었다.

제9조①은 공개모집 60% 이상, 추천모집 40% 이하로 정했다. 참고조례는 이 비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비워 두었다. 마포구가 비율을 못 박은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추천 40%는 기관·단체의 추천으로 채워지는데, 제2조6이 ‘단체’를 “취미·동호회 등”까지 넓혀 정의한다. 이 정의는 참고조례에도 없는 마포구의 독자 신설이다. 추천 40%의 풀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뜻이며, 정의 조항 하나가 선정 구조를 바꾸는 형태라 제2조만 읽어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문턱 셋 — 누가 채우고 누가 심판하는가

결원이 생기면 예비후보자 명부 순위대로 채운다(제9조⑥). 주민이 다시 고를 기회가 없다. 이 규정은 참고조례 제8조⑦과 같으니 마포구가 만든 것이 아니다. 

다만 자료집은 여기에도 답을 준다. “빈자리는 주민의 새로운 선택, 곧 보궐 선출로 채워야 정당성이 생깁니다. 과거의 운에 따라 정해 둔 순번으로 채우는 것은 주민의 수권 절차를 생략한 편의주의이고, 주민총회의 보선 권리를 빼앗는 것입니다.” 연임 우선 추첨(제10조②)도 참고조례 제9조②와 같은 구조다.

해촉은 더 조용하다. 제13조①은 “지체 없이 해당 위원을 해촉하여야 한다”고만 하고, ②5는 “직무태만이나 그 밖의 사유로 …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사유로 둔다. ‘그 밖의 사유’는 목록을 닫지 않은 표현이고, 여기에 소명 절차가 없다. 참고조례 제12조도 같은 문구를 쓴다. 물려받은 구멍이다.

자료집은 이 구멍의 용도를 이렇게 쓴다. “행정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위원을 골라서 쫓아낼 수 있는 무기입니다. 위원들이 상시적인 해촉 위협 속에서 행정의 눈치를 보게 되는 순간, 자주성은 무너집니다.” 다만 마포구는 여기에 ‘주민자치회의 의결’을 더했다. 참고조례 제12조②는 구청장이 단독으로 해촉할 수 있게 하니, 의결 요건을 붙인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구멍을 좁힐 도구는 이미 손에 있다.
제6조는 최소 20명 이상만 정하고 상한이 없다. 정원에 상한이 없으면 운영의 책임성도 대표성의 비례도 계산할 수 없다.

세 질문의 답, 그리고 남는 것

회원은 주민인가. 마포구안에서 회원은 없다. 주민이 회원인 것도 아니다. 주민은 총회에 와서 손을 드는 사람이고, 그날의 다수가 결정한다.

주민이 결정하는가 — 결정사항이 다섯 개이고 돈에 관한 것은 없다. 어느 주민이 결정하는가 — 회원은 없고, 위원이 되는 데 4시간이 들고, 그 문턱의 인정권과 추첨의 관리권이 행정에 있다.

두 답은 한 곳에서 만난다. 문턱이 높으면 결정의 주체가 좁아지고, 결정의 힘이 약하면 문턱을 좁힌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다. 참여의 문을 좁게 열어 놓고 결정의 권한도 주지 않으면 남는 것은 기관의 이름 뿐이다.

반론 하나

“행정이 손을 떼면 그 조직이 돌아가겠나.” 
맞는 말이다. 문제는 지원의 유무가 아니라 조건이다. 제33조⑤는 “주민자치회의 의견을 들어” 공무원을 배치한다. 의견을 묻는 것과 요청을 받는 것은 다르다. 제33조⑥은 지원조직을 법인·단체에 위탁할 수 있게 하면서 운영 대행을 막는 단서가 없다. 제35조②는 자치회가 공개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구청장이 직접 공개할 수 있게 한다. 자료집이 2번과 3번에서 지적한 두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선의의 조항임을 안다. 그러나 셋이 겹치면 자치회는 지원받는 조직이 아니라 관리받는 조직이 된다.
“요청이 있는 경우”라는 다섯 글자면 충분하다. 지원은 책임이지 개입의 통로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위법을 주장하지 않는다. 참고조례와 마포구안을 조문 단위로 대조했지만, 상위법에 명백히 충돌한다고 확인된 조항은 없었다. 법이 조례에 선택을 맡긴 자리에서 주민이 요청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참고조례가 이미 인정한 것을 되돌려 달라. 새로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11월 4일까지다. 기관은 조례로 만들어지지만 자치는 문장으로 만들어진다. 회원 한 줄이 없는 조례에서, 주민은 끝까지 초대받은 사람으로 남는다.

※ 이 글은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참고조례 전부개정안」(2026. 6. 8. 배포), 마포구 공고 제2026-1627호 입법예고안(2026. 10. 15.), 「주민자치회, 제대로 알고 시작합시다」(2026. 8. 발행)를 조문 단위로 대조하여 썼습니다. 인용부호 안의 문장은 위 자료집 제4장·제5장에서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발행인의 설명] 한정민 사무총장은 (사)시민과함께하는 메가시티연구소에서 주민자치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으며,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참고조례가 지닌 한계와 미비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이번에는 마포구가 입법예고한 주민자치회·자치회관 관련 조례 전부개정안을 분석하고 평가한 글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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