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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구상하는 그늘보행권 정책의 예시 이미지이다. 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
그런데 마포구는 이에 앞서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까지 이어지는 양화로의 은행나무 226주를 원형으로 다듬는 ‘가로수 패션사업’을 추진했다. 마포구 역시 가로수가 도심의 그늘과 쉼을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어, 폭염 시대 가로수의 역할을 놓고 두 정책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19일 ‘그늘도 시민의 기본 권리’라는 내용의 ‘그늘보행권’을 선언했다. 서울시는 2026~2027년 생활가로 시범사업을 거쳐 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늘보행권은 단순히 나무나 그늘막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실제 걷고 기다리고 쉬는 동안 확보되는 그늘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성을 기준으로 삼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서울 시내 보도 6만7,029개소, 총 4,031㎞를 대상으로 건물과 가로수가 만드는 그늘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평균 햇빛 노출시간은 4시간21분이었으며, 전체 구간의 27.6%는 하루 6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됐다. 평균 그늘 비율은 44.4%였고, 건물 그늘이 29.2%포인트, 가로수 그늘이 15.2%포인트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특히 정오 무렵 건물 그늘이 짧아질 때 가로수가 부족한 그늘을 보완한다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식재가 가능한 곳에서는 자연 그늘을 우선 확보하고, 넓은 보도에는 수관이 큰 나무를 심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공간이 충분한 경우에는 가로수를 두 줄로 심는 방안도 검토한다. 나무를 심기 어려운 곳에는 캐노피와 어닝 등 인공적인 차양시설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그늘이 충분한 곳에서는 건물과 나무가 만드는 그늘을 보전하고, 시민 이용이 많은데도 그늘이 부족한 곳을 집중적으로 개선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반면 마포구는 지난 5일 ‘가로수 패션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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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은 조형전지 전 양화로 은행나무의 모습. 충분한 그늘을 제공하기 어려웠던 가로수를 다시 전정해 오른쪽처럼 수관을 크게 제한한 ‘막대사탕’ 모양으로 만들었다. 마포구는 이를 ‘가로수 패션사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출처 - 마포구청 홈페이지 |
마포구는 지난 7월 말 홍대입구역부터 합정역까지 약 1㎞ 구간의 은행나무 226주에 대한 조형전지를 마쳤다. 은행나무의 둥글고 풍성한 특성을 살려 원형 수형으로 유도했다. 조형전지는 일반적인 가지치기와 달리 나무의 생육 상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해 수관을 원형이나 사각형 등 일정한 형태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마포구는 조형전지의 목적을 경관 개선에만 두고 있지는 않다. 교통표지판이나 상가 간판을 가리는 가지, 도로 쪽으로 지나치게 뻗은 가지 등을 정리해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을 확보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한다는 설명이다. 양화로 전정 이후에는 가로수 모양이 정돈돼 간판이 잘 보이고 보행에도 불편이 줄었다는 주민 의견이 구청 누리집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덕역~아현교차로 구간의 마포대로와 성산로 홍제천 일대 가운데 지장물이 없는 구간의 양버즘나무에도 조형전지를 실시한다. 가지가 넓게 퍼지는 양버즘나무는 사각형 수형으로 관리해 양화로 은행나무와 다른 거리 경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가로수를 어떤 기준으로 관리할 것인가다.
마포구는 보도자료에서 가로수를 “도심에 그늘과 쉼을 제공하는 녹지이자 거리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경관 요소”라고 규정했다. 즉 가로수의 그늘 기능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경관과 안전을 위해 수관을 일정한 형태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그늘보행권 역시 가로수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시 분석에서 가로수 그늘은 전체 평균 그늘의 15.2%포인트를 차지했고, 건물 그늘이 짧아지는 시간대에는 부족한 그늘을 보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양화로 은행나무 조형전지를 놓고 단순히 ‘나무를 많이 잘랐다’거나 ‘예산 낭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마포구가 밝힌 것처럼 교통표지판이나 간판을 가리는 가지를 제거하고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전정이라면 그 자체로 관리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가 이제 가로수의 가치를 실제 보행자가 누리는 그늘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성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형전지 역시 같은 기준에서 효과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마포구가 양화로 226주에 대해 조형전지 전후의 수관 면적이나 보행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그늘 면적의 변화를 측정했는지는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조형전지에 들어간 사업비와 향후 일정한 수형을 유지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필요한 관리비 역시 공개자료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앞으로 사업 전후의 그늘 면적과 체감온도, 시민 이용률과 만족도를 측정하고, 효과가 확인된 방식을 표준모델로 만들어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마포구의 가로수 관리 역시 ‘예쁘게 정돈됐는가’만이 아니라 ‘시민에게 얼마만큼의 그늘을 제공하는가’까지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가로수의 경관적 가치와 안전 관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폭염이 일상화된 상황에서는 경관과 안전, 그늘이라는 세 가지 기능을 어떻게 함께 확보할 것인지가 가로수 관리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그늘보행권을 통해 가로수와 정원, 건물 그늘, 캐노피와 어닝 등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마포구의 ‘가로수 패션사업’도 이 새로운 기준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로수를 보기 좋게 만드는 것과 시민이 그늘 아래 걸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두 목표가 충돌한다면 어느 쪽을 우선할 것인지, 그리고 충돌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어떻게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것인지.
서울시의 ‘그늘보행권’ 선언은 이제 마포구의 가로수 관리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