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유리 건물에 햇빛이 반사돼 인근 주민들의 주거생활을 방해한다면 누구의 책임일까. 단순한 ‘눈부심’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건축물이 만들어낸 생활방해로 볼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사건이 있다. 바로 네이버 분당 사옥 ‘그린팩토리’의 태양반사광 사건이다.
그리고 지금 이 판결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있다. 마포구에서도 태양반사광 피해를 둘러싼 유사한 논란이 발생했고, 해당 건물이 준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
| 준공검사를 앞둔 이 건물은 주변이 주거지역이며 사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용강동 주민 |
네이버 사옥, 무엇이 문제였나
네이버는 2005년 성남시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뒤 지하 7층, 지상 28층, 높이 134.3m 규모의 사옥을 지어 2010년 2월 준공했다.
문제는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만든 이른바 ‘글라스 타워’였다. 네이버는 건물 내부에 녹색 수직 루버를 설치해 ‘그린팩토리’라는 이름과 함께 녹색 이미지를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디자인이 네이버의 브랜드 홍보라는 사업상 이익과 관련돼 있다고 판단했다.
인근 아파트는 네이버 사옥보다 먼저 지어졌다. 두 건물 사이 거리는 약 70~114m였다. 네이버 건물이 들어선 뒤 태양이 외벽 유리에 반사되면서 아파트 A동에는 주로 오후, D동에는 주로 오전에 강한 반사광이 들어왔다.
감정 결과 A동은 연중 약 7개월, D동은 약 9개월 동안 하루 1~3시간가량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커튼을 두 겹, 세 겹으로 설치하거나 피해가 심한 방의 용도를 바꾸는 등 생활방식을 바꿔야 했다고 호소했다.
소송 전에도 주민들의 호소는 있었다
이 사건은 곧바로 법정으로 간 것은 아니다.
1심 판결문에는 네이버가 주민들의 ‘계속적인 호소’에도 불구하고 태양반사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적시돼 있다. 2010년 준공 이후 약 3년 동안 피해가 계속됐다는 점도 1심이 위자료를 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
다만 판결문만으로는 주민들이 성남시에 언제 어떤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했는지, 행정기관이 그 민원을 어떤 절차로 검토했는지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이 지점은 오히려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주민들이 법원 문을 두드리기 전에 행정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었을까
1심 “피해가 심각하다”… 네이버에 차단시설 명령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13년 4월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태양반사광이 민법상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는 생활방해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 사건에서는 그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아야 할 한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특히 네이버가 중심상업지역에서 사옥을 건축한 것 자체는 통상적인 토지 이용으로 볼 수 있지만,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만든 선택은 해당 지역에서 유례가 없고 네이버의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특수한 목적의 건축이었다고 봤다. 콘크리트나 벽돌 등 다른 외벽을 선택할 기술적 가능성도 있었고, 피해를 피할 가능성도 있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네이버에 태양반사광 차단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피해 주민들에게 사용가치 감소에 따른 손해와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위자료는 피해가 인정된 주민들에게 각 1,000만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원한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소송의 핵심 청구에는 처음부터 ‘태양반사광 차단시설을 설치하라’는 방지청구가 포함돼 있었다. 즉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과 함께 앞으로 계속될 피해를 막아달라는 요구였다.
2심 “커튼으로 막을 수 있고, 일조권 기준에도 못 미친다”
2016년 서울고법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항소심은 태양반사광이 건물 외벽에 생기고 창문에서 이를 직접 바라볼 경우 눈부심이 발생한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반사광원을 직접 바라보는 것은 아니며,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설치하면 비교적 쉽게 차단할 수 있다고 봤다.
또 태양반사광 유입시간이 하루 1~3시간 정도라는 점을 들어 기존 일조방해의 판단기준과 비교했다. 중심상업지역에서 고층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 네이버가 건축법상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도 네이버 측에 유리한 요소로 판단했다.
결국 서울고법은 1심의 주민 승소 부분을 취소하고 주민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 “태양반사광과 일조방해는 다르다”
2021년 대법원은 다시 사건의 방향을 바꿨다.
대법원은 서울고법이 태양직사광과 태양반사광을 사실상 비슷하게 보고, 일조방해에 적용되는 기준을 태양반사광에 적용한 것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태양직사광은 자연현상에 따른 것이지만, 태양반사광은 인공적으로 축조된 건물 외벽이 태양빛의 방향을 바꾸면서 발생하는 인위적인 생활방해라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태양반사광이 주거공간에 연중 상당 시간 유입되면 안정과 휴식을 취해야 할 주거의 본질적 기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일조방해처럼 ‘몇 시간 이상 햇빛이 차단됐느냐’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반사광의 강도, 반사 각도, 유입되는 시기, 유입 시간, 거실·안방 등 주된 생활공간에 들어오는지, 피해의 성질과 정도, 건축의 경위와 공공성, 건물 사이의 거리, 해당 지역의 실제 이용현황, 피해 방지 가능성,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당사자 간 교섭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 가운데 태양반사광 관련 손해배상과 방지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조망권·천공권·사생활 침해·인공조명에 관한 주민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대법원이 네이버의 최종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민들이 이겼다’기보다 2심이 잘못된 기준으로 판단했으니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의 파기환송이었다.
10년 소송의 끝에서 주민들이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사건을 단순히 ‘주민들이 네이버를 상대로 돈을 받아낸 사건’으로 설명하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주민들이 법원에 요구한 것은 손해배상뿐 아니라 태양반사광 차단시설 설치였다.
1심 판결에서도 법원은 차단시설 설치를 명령하면서 손해배상과 별도로 장래의 사용가치 감소에 대한 배상까지 인정했다.
따라서 소송의 구조만 놓고 보면 주민들의 핵심 요구는 ‘얼마를 받을 것인가’보다 ‘계속되는 피해를 어떻게 멈출 것인가’에 더 가까웠다고 볼 여지가 있다.
물론 주민 개개인이 실제로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는 판결문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시간과 소송비용, 감정과 현장검증, 1심·2심·대법원을 거치는 법정 싸움까지 감수하면서까지 소송을 이어갔다는 사실은 적어도 단순한 금전보상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쟁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행정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여기서 질문은 법원에서 행정으로 넘어간다.
건축물이 법정 기준에 맞게 설계됐다고 해서 주변 주민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생활방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사건에서도 건축물은 공법상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를 별도의 문제로 보고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건축허가 단계에서부터 질문했어야 하는 것은 단순히 “법에서 정한 높이와 용적률을 지켰는가?”만은 아니었을 수 있다. “이 건물의 외장재와 형태 때문에 주변 주거지에 새로운 환경상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가?”라는 질문이다.
특히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요소에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지조치와 손해 회피의 가능성’, ‘지역의 이용현황’,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교섭 경과’가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건축허가 전에 일조뿐 아니라 태양반사광·눈부심·빛공해 등 건축물 외장재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영향을 예측하는 절차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장기적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일 수 있다.
주민의 민원 역시 마찬가지다.
민원이 접수됐다는 사실 자체가 곧 건축허가를 취소하거나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민원 내용에 객관적으로 확인할 만한 위험이 있다면 측정하고, 검토하고, 당사자 사이의 협의를 중재하는 행정은 가능하다.
법정에서 10년 동안 다툴 문제를 건축 단계에서 발견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마포의 준공검사를 묻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마포에서도 유사한 태양반사광 논란을 빚은 건물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면 행정기관은 네이버 사건을 단순한 과거 판례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다만 “빛반사 민원이 있으니 준공검사를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 역시 성급하다.
현행 건축법상 사용승인은 건축주가 공사를 완료한 뒤 신청하고, 허가권자는 허가된 설계도서대로 시공됐는지, 감리완료보고서와 공사완료도서 등이 적합한지 등을 검사해 합격한 경우 사용승인을 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태양반사광 피해 가능성만을 이유로 사용승인을 거부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법적 검토가 필요한 문제다.
그러나 반대로 “건축허가를 받았으니 아무것도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도 네이버 판결이 던진 교훈과 맞지 않는다.
준공 단계에서라도 실제 외장재와 시공 상태를 확인하고, 주변 주거지에 어느 정도의 반사광이 유입되는지 객관적인 측정이 필요한지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주민들이 이미 구체적인 피해를 제기하고 있다면 행정은 최소한 다음 질문에는 답해야 한다.
실제 반사광이 발생하는가, 발생한다면 어느 정도의 강도인가, 어느 계절·시간대에 주변 주거지로 유입되는가, 거실·안방 등 주된 생활공간까지 들어오는가, 차단 또는 저감할 방법이 있는가, 그 비용과 기술적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이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준공을 서두른다면, 행정은 훗날 발생할 수 있는 민사분쟁의 비용을 사실상 주민과 건축주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준공을 내줄 것인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결국 마포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준공검사를 통과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이분법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준공 전에 이 건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행정이 충분히 확인했는가.”
네이버 사건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법원이 피해를 인정했느냐, 인정하지 않았느냐만이 아니다.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건축물은 완공되고, 그 뒤에 감정과 현장검증을 거쳐 법정에서 수년간 싸우는 과정이 반복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결국 태양반사광의 피해를 일조방해와 동일하게 볼 수 없으며, 실제 주거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별도로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이제 행정도 달라져야 한다.
건축허가 때는 “법적 기준을 지켰는가”만 확인하고, 준공 때는 “허가받은 대로 지었는가”만 확인한 뒤,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면 그때 가서 법원에 판단을 맡기는 방식이라면 행정의 역할은 지나치게 사후적이다.
10년의 소송이 끝난 뒤 얻은 판례를 다음 건축물에 적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또 다른 10년짜리 소송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다.
마포의 준공을 앞둔 건물이 바로 그런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건축주는 건축할 권리가 있고, 주민에게는 평온한 주거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
행정의 역할은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두 권리가 충돌하기 전에 충돌 지점을 찾아내고 조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네이버 사건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결국 ‘빛반사’가 아니다.
문제가 보였을 때 행정이 언제 개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 참고
위 글은 아래 판결문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위에 언급된 마포구 내 건축물은 후속 보도할 예정입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3. 4. 2. 선고 2011가합4847, 19016(병합)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6. 17. 선고 2013나28270, 2013나28287(병합) 판결
대법원 2021. 6. 3. 선고 2016다33202, 3321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