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논의의 중심에는 ‘일자리’가 있었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얼마나 대체할 것인지, 우리는 어떤 직업을 잃고 어떤 직업을 새로 만들게 될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경제적 변화가 핵심 의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질문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AI가 우리의 일을 대신할 것인가가 아니라 전쟁을 대신 결정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그 우려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감행한 공습 이후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위성 정보와 드론, 정밀 타격 체계가 결합된 이번 작전은 현대전이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목표물을 식별하는 과정에서 AI 기술이 활용됐을 가능성 역시 여러 군사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전쟁터에서는 AI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정보 분석과 표적 식별 분야에서 AI는 인간의 능력을 크게 앞선다. 위성영상과 드론 영상 속 수많은 물체를 분석해 군사적 목표물을 찾아내는 작업은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거의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탐지·식별·결정·타격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
킬 체인(Kill Chain)’의 속도를 크게 단축시키고 있다.
문제는 바로 그 속도다. 전쟁의 속도가 인간의 판단을 앞지르기 시작하면 통제의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 일부 전문가들이 말하는 ‘
플래시 워(Flash War)’의 가능성도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다. AI가 위협을 감지해 자동 대응하고, 상대 AI 역시 이를 공격으로 인식해 다시 대응하는 과정이 반복될 경우 전쟁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듯 짧은 순간에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 지도자가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할 시간조차 사라질 수 있다.
AI의 판단 방식 역시 인간과는 다르다. 일부 전쟁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는 AI 모델들이 가상 전쟁 상황에서 핵무기를 전략적 선택지로 비교적 쉽게 고려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인간에게 핵무기는 정치적 책임과 윤리적 금기가 뒤따르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감정과 두려움, 책임 의식이 없는 AI에게 그것은 단지 계산 가능한 옵션일 수 있다.
이 차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AI가 스스로 목표를 식별하고 공격까지 수행하는 자율살상무기(LAWS) 역시 더 이상 공상과학의 이야기가 아니다. 드론을 비롯한 무인 전투 시스템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의 직접적인 통제 없이 작동하는 무기 체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제사회가 규제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군사 경쟁이 치열한 현실 속에서 합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핵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만들었던 것처럼, AI 군사 기술 역시 일정한 국제 규범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AI는 핵물질처럼 물리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그리고 컴퓨팅 인프라가 결합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보다 빠르게 발전해 왔다. 하지만 그 기술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는 결국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AI가 더 효율적인 전쟁을 만드는 도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전쟁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인지.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AI와 전쟁의 결합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재의 문제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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