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을 수사해 온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8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통령 배우자가 권력을 등에 업고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았다”고 결론 내렸다.
특검은 김 여사가 고가 금품을 수수하고 공천 과정에 광범위하게 개입해 국가 시스템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
특검팀은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브리핑룸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특검은 지난 7월 2일 수사를 시작해 이달 28일 종료했으며, 김 여사 관련 의혹 전반을 수사해 총 76명을 기소하고 이 가운데 20명을 구속 기소했다 .
민중기 특검은 “영부인이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부정부패의 전형인 매관매직을 일삼고도 오랜 기간 처벌받지 않았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국민 신뢰를 저버린 국가 시스템 붕괴의 실체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디올백 수수 사건을 포함해 고가 명품과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여사가 챙긴 금품 총액은 약 3억7725만 원으로, 지난해 총선 공천을 목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1억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과 각종 인사 청탁 명목의 장신구 등이 포함됐다 .
특검은 또 명태균 관련 정치자금 부정수수, 건진법사·통일교와 연관된 정교 유착 의혹, 관저 이전 및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등도 상당 부분 규명해 관련자들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대통령 배우자 지위를 이용해 공천에 폭넓게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검은 김 여사의 공천 개입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를 인지하거나 사전에 공모했다는 직접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여사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으며, 뇌물수수 등 일부 혐의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 .
특검은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의 관계를 ‘정치공동체’로 규정했다. 명태균 게이트를 담당한 오정희 특검보는 “김건희가 윤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단계부터 주도적 역할을 했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공천에 적극 개입해 왔다”며 “부부가 정치적 목표를 공유하며 활동해 온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검은 “정교분리에 반하는 통일교의 정책적 요구가 국가 정책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김 여사가 권력을 매개로 각종 청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이를 “권력형 도덕적 해이와 브로커들의 이권 추구가 결합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
특검은 수사 종료와 함께 제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대통령 배우자의 헌법 질서 파괴 행위를 현행 법률로는 충분히 처벌하기 어렵다”며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을 대통령 당선인까지 확대하고, 영부인에 대해서도 공무원에 준하는 형사 책임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특검은 “수사는 종결됐지만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간과 권한의 한계로 처리하지 못한 사건은 법에 따라 관계 기관에 이첩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