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가구 시대의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
    • 인천시, 외로움도 행정으로 품다 - ‘외로움국’ 신설 추진…
    • 인천시가 ‘외로움’을 행정의 언어로 끌어올렸다. 시는 지난 9월 10일 ‘외로움TF’를 신설하고, 2026년에는 전국 최초로 전담 행정조직인 ‘외로움국’을 신설해 외로움 통합지원 정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제 ‘복지’의 범위는 경제적 빈곤을 넘어 정서적 고립과 사회적 단절로 확장되고 있다. 인천시의 이번 시도는 도시가 인간의 감정과 관계까지 책임지는 새로운 행정 실험이다.

      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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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이 행정의 의제가 된 이유

      인천시의 정책 출발점은 급증하는 1인 가구와 외로움 실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천의 1인 가구는 2024년 말 기준 41만 2천 가구로 전체의 32.5%에 달하며, 5년 새 26.8%나 증가했다. 인천연구원의 조사에선 고령자의 70.8%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청년층 5%가 ‘고립·은둔 상태’로 추정됐다.
      외로움은 단순한 개인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인천시는 외로움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연간 7조5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고립은 우울증, 자살, 고독사로 이어지고, 의료·복지비용과 생산성 손실이 뒤따른다. 행정이 외로움을 ‘공공 리스크’로 규정한 이유다.

      ‘외로움국’이 바꾸는 복지행정의 구조

      현재 인천시가 운영 중인 ‘외로움TF’는 9명 규모로 구성돼 고립·은둔 인구 지원, 자살예방, 고독사 방지사업을 통합 관리한다. 내년에는 이를 발전시켜 온라인·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외로움 지원 플랫폼(i-Link Company)’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개인별 상담, 일자리 연계, 문화·여가 프로그램을 통합 제공하는 ‘외로움 대응 허브’ 역할을 맡는다.

      2026년 신설될 ‘외로움국’은 기존의 복지·보건 사업을 통합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로 기능할 전망이다. 단순히 복지 대상자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외로움을 사회적 위험요인으로 규정하고 예방부터 회복까지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 관계자는 “외로움국은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의 ‘관계 복원’을 목표로 한다”며,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도시의 정서적 회복력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인 가구 급증, 도시 외로움의 구조적 배경

      외로움 정책의 배경에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대도시 전반의 인구 구조 변화가 있다.
      서울 마포구의 경우 2024년 기준 1인 가구가 전체의 50%를 넘어섰다. 청년층의 유입이 많은 연남동, 합정동뿐 아니라 노년층이 많은 공덕동·아현동에서도 혼자 사는 노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마포구 역시 자살예방과 마을공동체 사업을 결합한 ‘고립 없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외로움’을 중심에 둔 행정 전담조직은 아직 없다.
      전문가들은 인천시의 외로움국 신설이 타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주목한다. 복지분야의 한 전문가는 “외로움 정책은 앞으로 지방자치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지자체가 인간관계의 안전망을 설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로움 제로, 생명을 온(ON)’으로

      인천시는 내년부터 자살 고위험군을 선별해 지원하는 ‘외로움 제로, 생명을 온(ON)’ 사업도 추진한다. 생명존중안심마을을 현재 42개소에서 78개소로 확대하고, 지역 내 생명지킴이 조직을 늘려 고립·자살 예방체계를 강화한다.
      이 같은 정책은 고독사를 사후 대응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관계 단절의 초기에 개입하는 선제적 복지 모델로 평가된다.

      관계가 복지다… 행정의 새로운 철학

      인천시의 ‘외로움국’ 신설은 한국 지방행정이 한 단계 성숙하는 신호탄이다. 복지의 기준이 ‘물질적 생존’에서 ‘관계적 존엄’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다루는 행정은 결국 ‘관계의 회복’을 다루는 일이며, 이는 도시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결국 외로움을 줄이는 것은 행정의 몫이자, 시민사회의 과제다.
      인천의 실험이 전국으로 번질 수 있을까. ‘외로움국’은 행정이 개인의 감정에 손을 내미는 첫 시도이자, 복지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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