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방영된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 추석 특집은 방영 연기 논란을 딛고 역대급 화제를 모았다. 일부 야당의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시청률과 대중의 호평이 급상승한 배경에는, 대통령 부부의 진정성 있는 소통 전략과 정책 메시지의 효과적인 전달이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단순히 친근한 일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K-푸드 세계화라는 국가적 아젠다였다. 특히, 평범하지만 영양 가득한 우리 농산물 '시래기'가 국가대표급 식재료로 떠오른 순간은 이 예능의 백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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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화면 캡처 |
영부인의 '내공'과 대통령의 '시래기 사랑'
이번 '냉부해' 출연에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영부인 김혜경 여사의 놀라운 요리 내공이다. 김 여사는 셰프들의 요리 과정을 주의 깊게 살피고, 식재료의 특성 및 조리법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드러냈다. 단순한 출연자를 넘어 'K-푸드 전도사'의 전문적인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소박한 집밥을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해외에 알리겠다는 메시지에 신뢰도를 더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으로 시래기가 등장하며 대중은 깊은 공감을 했다. 시래기는 화려하지 않지만 구수한 맛과 건강함으로 대표되는 서민적인 식재료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시래기'라는 사실은,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가장 강력한 소통 도구로 작용했다.
대통령 부부는 시래기를 단순한 음식이 아닌, '한국 농산물의 잠재력'과 'K-푸드의 미래 자원'으로 소개했다. 이처럼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방식은 딱딱한 브리핑보다 훨씬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논란을 흥행으로 바꾼 '콘텐츠의 힘'
방송 전 불거졌던 정치적 논란은 오히려 이 콘텐츠의 화제성을 극대화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았다. 시청자들은 정치 공방의 시각이 아닌, '대통령 부부의 진짜 모습'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으로 채널을 고정했다.
방송 후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이 호감이다', '영부인의 요리 지식에 놀랐다' 등 긍정적 반응이 커뮤니티를 지배한 것은, 결국 콘텐츠가 담아낸 진정성이 정치적 비판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예능에 출연할 때 '친근함 포장'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번처럼 정책적 목표(K-푸드 세계화)와 인간적 면모가 잘 조화될 경우, 그 효과는 폭발적이다.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출연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이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소박한 '시래기'를 통해 K-컬처의 다음 주자를 제시하고, '집밥'이라는 소통의 언어로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다음 주자는 어떤 식재료, 혹은 어떤 일상을 통해 국민에게 다가올지 주목된다. 대통령의 냉장고 문이 열린 이후, 대중과의 소통 방식은 더욱 치열한 '콘텐츠 경쟁'의 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