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가 홍대 레드로드 일대의 노상주차장 설치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주민 설문조사에 착수하면서 홍대 상권의 교통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마포구는 이번 조사의 목적을 '보행환경 개선과 주차 편의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의견 수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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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어울마당로 41-1 일대의 주차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출처- 마포구 홈페이지, 카카오맵 |
홍대는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상권이다. 지하철 2호선, 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이 만나는 교통의 요충지이며, 다수의 버스노선이 연결되는 대표적인 대중교통 중심 지역이다. 이런 입지 때문에 홍대는 그동안 자동차보다 사람 중심의 거리 조성이 추진돼 왔다.
실제로 2023년 홍대 레드로드 조성 과정에서 노상주차장을 없애고 보행공간을 확대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마포구 역시 보행환경 개선 이후 상권 활성화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세계 주요 도시들이 추진하는 보행친화 정책과도 방향을 같이한다.
최근 도시계획 분야에서는 대도시 중심 상권에서 자동차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차장을 늘리는 방식보다, 보행환경과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는 정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파리와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등 유럽 주요 도시들은 노상주차를 줄이는 대신 보행공간과 자전거도로를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최소주차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도시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상권에서는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것이 교통혼잡과 온실가스 배출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홍대의 현실은 정책 방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보행공간 확대 이후 상권은 활성화됐지만, 주민과 상인들의 불편도 함께 제기됐다. 상인들은 물류 차량의 상하차 공간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 방문객은 주차시설 부족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주민 역시 생활주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논의는 '주차장을 늘릴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단순한 찬반 논쟁으로 접근하기보다, 어떤 목적의 주차가 필요한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행동과 탄소중립의 관점에서 보면 일반 방문객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대처럼 철도와 버스망이 잘 갖춰진 지역에서 일반 승용차 이용을 늘리는 정책은 지속가능한 도시정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반면 모든 차량을 같은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상권을 유지하기 위한 식자재 납품 차량과 물류 차량, 패키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 장애인과 고령자의 이동 차량, 인근 주민의 생활주차는 일반 승용차 이용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러한 기능까지 모두 배제할 경우 상권 운영과 주민 생활에 또 다른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의 보행친화 도시들도 일반 승용차 주차는 줄이면서 물류 하역구역, 관광버스 승하차 공간, 장애인 주차구역, 공유차량 전용구역 등을 별도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도시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홍대 역시 이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반 방문객은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되, 상권 운영에 필수적인 물류와 관광 기능, 주민 생활을 위한 주차는 일정 부분 보장하는 방식이다.
서울은 새로운 주차장을 만들 수 있는 부지가 거의 없는 도시다. 결국 단순히 주차면 수를 늘리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 공영주차장과 민간주차장의 활용도를 높이고, 시간대별 상하차 공간 운영, 공유주차 확대 등 운영 방식의 개선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설문조사는 단순히 노상주차장을 몇 면 더 만들 것인가를 묻는 절차가 아니다. 홍대라는 서울 대표 상권에서 보행 중심 도시와 상업 기능, 주민 생활, 관광 수요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도시정책의 방향을 묻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홍대의 해법은 '보행이냐 주차냐'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제한된 도시 공간 속에서 시민의 이동권과 상권의 경쟁력,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담아낼 것인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