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결국 8명의 후보가 등록한 다자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각각 단일후보를 선출했지만, 단일화 과정에 반발하거나 독자 노선을 주장한 후보들이 잇따라 출마하면서 사실상 ‘진영 내 분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정당 공천을 금지한 현행 제도가 현실에서는 오히려 복잡한 정치 구도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일화 했지만…“정당성 없다” 반발 출마
교육감 선거는 법적으로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실제 선거는 보수·진보 진영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이번 선거 역시 각 진영은 후보 난립에 따른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사전 단일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단일화 절차의 공정성, 시민대표성, 여론조사 방식 등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며 일부 후보들이 결과에 불복하거나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단일화를 했는데도 다자구도”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정당은 없지만 사실상 정당정치 논리가 그대로 작동하는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감 선거인데…현실은 ‘진영 선거’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헌법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정당의 후보 추천을 금지하고 있으며, 후보 역시 일정 기간 당적 보유가 제한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유권자 상당수가 후보를 교육 정책보다 정치 성향으로 구분한다.
‘진보 교육’, ‘보수 교육’ 프레임이 선거를 지배하면서 정책 경쟁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후보 수가 많아질수록 유권자 입장에서는 정책과 경력을 비교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이름 인지도나 진영 이미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깜깜이 선거 반복
교육감 선거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것은 낮은 인지도다.
정당 기호가 없고 언론 노출도 제한적이어서 유권자들이 후보 정보를 충분히 접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투표 직전까지 후보 이름조차 모른 채 투표소를 찾는 사례도 반복된다.
과거에는 투표용지 상단 후보가 유리하다는 논란까지 불거지며, 후보 이름 배열을 순환하는 교호순번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술적 보완책일 뿐 근본적인 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처럼 8명의 후보가 경쟁하는 구도에서는 유권자의 혼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교육감, 11조 예산·교원 인사권 가진 ‘교육 권력’
교육감 선거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배경에는 막강한 권한도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2026년도 예산안은 약 11조4천억 원 규모다. 교육감은 유치원부터 초·중·고교까지 교육정책과 교원 인사, 교육재정 운영 전반을 총괄한다.
일부에서는 “광역단체장 못지않은 권한”이라며 교육감을 ‘교육 소통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후보 검증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정당 공천이라는 공식 검증 절차가 없는 데다, 유권자 정보 접근성도 낮기 때문이다.
“제도 손질 필요”…러닝메이트제 논의 다시 부상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두고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는 제도 개편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러닝메이트제다. 시·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함께 출마하는 방식으로, 행정 효율성과 정책 연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교육행정이 지방권력에 종속되며 정치적 중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임명제 역시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주민 직접 참여가 약화된다는 비판이 따른다.
결국 핵심은 어떤 방식이든 유권자가 후보의 교육 철학과 정책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년 서울교육감 선거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만든 제도가 과연 실제로는 교육의 전문성과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