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다시 한 번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의 미래를 실험한다. 2015년 시작된 정원박람회는 이제 단순한 전시를 넘어 도시 정책의 핵심 도구로 확장됐다. 그러나 규모의 확장만큼, 그 효과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검증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180일·167개 정원…역대 최대 규모로 돌아온 박람회
서울시는 5월 1일부터 서울숲과 성수동 일대에서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개막하고 180일간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 박람회는 167개의 정원이 조성된 역대 최대·최장 규모다.
서울숲을 중심으로 성동·광진, 한강변까지 확장된 이번 행사는 ‘Seoul, Green Culture’를 주제로 도시 전반을 정원화하는 실험에 가깝다. 특히 선형정원 30개와 수변형 ‘한강뷰 정원’ 등이 조성되며 기존의 ‘공원 중심’에서 ‘생활권 확장형’으로 진화했다.
개막 주간에는 오케스트라 공연, 퓨전국악, 패션쇼 등 문화행사가 이어지고, AR 기반 체험 프로그램 ‘가든헌터스’와 다국어 스마트 도슨트 시스템 등 참여형 콘텐츠도 대폭 강화됐다.
“보는 정원에서 즐기는 정원으로”…도시 정책 실험의 진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지난 10여 년간 단계적으로 진화해 왔다.
초기에는 월드컵공원, 여의도공원 등 대형 공원을 중심으로 정원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집중했다. 이후 해방촌 등 도심 주거지로 확장되며 ‘도시재생형 모델’을 도입했고, 최근에는 ‘정원도시 서울’이라는 도시 전략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번 박람회는 그 연장선에서 ‘5분 정원도시’ 개념을 본격 구현하려는 시도다. 즉, 특정 공간이 아닌 일상 동선 전체를 녹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질문이 필요하다.
정원이 ‘도시 이미지 개선’에 머무는지, 아니면 실제 생활 환경을 바꾸는 인프라로 작동하는지는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경제·상권 활성화…숫자는 성과, 구조는 과제
정원박람회는 분명 경제적 파급효과를 만들어낸다.
보라매공원 사례에서 확인됐듯, 행사 기간 인근 상권 매출이 급증하는 효과가 나타났고, 이번 행사 역시 푸드트럭 30대, 직거래 장터, 정원산업전(76개 기업 참여) 등을 통해 지역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단기 이벤트 이후 상권이 유지되느냐, 아니면 일시적 반짝 효과에 그치느냐는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쟁점이다.
특히 성수동과 같은 이미 활성화된 지역에서는 “추가적 가치 창출인가, 아니면 기존 상권 과밀화인가”라는 질문도 피하기 어렵다.
도시재생인가, 이벤트인가…정책의 본질을 묻다
서울시는 박람회를 통해 도시재생 효과도 강조하고 있다.
해방촌 사례처럼 노후 주거지에 정원을 도입해 환경 개선과 공동체 회복을 유도했다는 평가가 있다. 동시에 이번 행사에서도 시민 참여형 정원, 동행정원 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그러나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정원 조성이 실제 주거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임대료 상승 등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하지는 않는지, 공공 재정 투입 대비 효과는 충분한지 등 이러한 질문은 ‘녹지 확대’라는 명분 뒤에 가려질 수 없는 정책 검증 영역이다.
‘존치 정원’과 관리 체계…지속가능성의 핵심 변수
서울시는 사후 관리 문제를 의식해 ‘존치 정원’ 정책과 전문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즉, 박람회 이후에도 정원을 철거하지 않고 도시 자산으로 남기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시민 정원사와 민간 참여를 결합해 유지 관리의 지속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유지 비용, 관리 인력, 공간 활용도 등 복합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결국 정원이 ‘설치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도시 인프라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정원도시 서울’…비전과 현실 사이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분명 도시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회색 도시를 녹지 중심으로 재편하고, 시민 참여를 통해 생활 문화를 바꾸겠다는 시도는 의미가 크다. 실제로 시민 접근성, 휴식 공간 확대, 도시 미관 개선 등의 효과는 체감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완성도는 ‘확장’이 아니라 ‘정착’에서 결정된다.
정원이 도시의 이벤트로 소비되는지, 아니면 생활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는지는 향후 관리와 정책 설계에 달려 있다.
서울숲에서 시작된 180일의 실험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이 실험이 끝난 뒤 서울이 진짜 ‘정원도시’로 남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대형 이벤트로 기록될지는 지금부터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