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부문 문서 유통 체계를 ‘개방형 포맷’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행정 현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핵심은 그동안 공공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돼 온 ‘hwp 파일’의 첨부를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개방형 포맷인 ‘hwpx’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AI 시대에 맞는 데이터 혁신”으로 규정한다. 실제로 폐쇄형 구조인 hwp 파일은 인공지능이 내용을 분석·학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오는 5월부터 공무원 내부 시스템인 ‘온나라시스템’에서, 10월부터는 대외 소통 창구인 ‘공직자 통합메일’에서 hwp 첨부가 제한된다.
정책 추진 속도도 이례적으로 빠르다. 위원회 의제 제안부터 부처별 실행 계획 수립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협력·속도·실행’이라는 정부의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기대 못지않게 불편과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파일 하나 보내는 것도 눈치”… 현장 체감은 ‘이중 부담’
공공기관 실무자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문제는 ‘이중 작업’이다. 기존에 작성된 수많은 hwp 문서를 hwpx로 변환해야 하는데, 단순 변환 과정에서 서식 깨짐이나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중앙부처보다 시스템 전환이 늦어, 동일한 문서를 두 가지 포맷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공무원은 “상부에서는 AI 대응을 이야기하지만, 현장에서는 파일 하나 보내는 데도 변환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업무 효율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민 소통 측면에서도 혼선은 불가피하다. 일반 시민이나 민간기업은 여전히 hwp 파일 사용 비중이 높은데, 공직자 통합메일에서 첨부가 제한될 경우 민원 처리나 자료 제출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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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의 보도자료도 3가지 형식으로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을 알 수 있다. |
‘폐쇄성 탈피’ vs ‘현실과의 괴리’… 정책의 이중성
이번 조치는 분명한 정책적 방향성을 갖는다. 공공데이터의 개방성과 AI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폐쇄형 포맷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은 국제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문제는 ‘전환의 방식’이다. 정책이 기술적 당위성에 집중된 나머지, 현장의 적응 비용과 사용자 경험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기존 hwp 파일도 재작성 또는 수정 시 hwpx로 변환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상 현장에 전환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AI 시대 전환, ‘속도’보다 ‘설계’가 관건
이번 정책은 공공부문 디지털 전환의 상징적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단순히 파일 형식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행정 시스템 전반의 구조를 재설계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 시대를 준비한다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정책이 오히려 현장의 비효율과 불편을 키운다면, 정책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속도’가 아니라 ‘설계’다. 기술적 전환이 행정 현실과 충돌하지 않도록, 충분한 유예와 지원, 그리고 사용자 중심의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 이번 조치가 던지는 핵심 과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