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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학력은 왜 ‘숨기거나 부풀리는’ 대상이 되었나

2026-04-17 21:37 | 입력 : 마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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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학력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단단한 신분 자본이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는 곧 개인의 능력과 성실성을 대변하는 지표처럼 통용됐고, 그 위계는 비교적 명확했다. 그러나 지금 이 질서는 균열을 넘어 뒤집히고 있다. 누군가는 학력을 ‘숨기고’, 또 누군가는 ‘부풀린다’. 같은 학력이 상황에 따라 감춰야 할 약점이 되기도, 포장해야 할 자산이 되기도 하는 기묘한 풍경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노동 시장과 정치권이라는 두 축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방향이 정반대라는 것이다.

먼저 노동 시장을 보자. 이른바 ‘하닉고시’로 불리는 현상은 단순한 취업 열풍이 아니다. 고수익이 보장되는 생산직을 목표로 대졸자가 학력을 낮춰 지원을 고민하는 ‘역(逆) 학력’ 현상은, 학력이 더 이상 상향 이동의 수단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조정 가능한 변수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이 현상의 본질은 명확하다. 보상이 학력을 압도했다.
과거에는 “어디를 나왔는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얼마를 버는가”가 우선이다. 이 변화는 합리적 선택의 결과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구조적 왜곡을 내포한다. 기업이 특정 직무에 과도한 보상을 집중할 경우, 인력 배분은 왜곡되고 교육 시스템은 방향을 잃는다. 실제로 ‘의대 아니면 반도체’라는 극단적 진로 공식이 등장한 배경에는 이런 경제적 유인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 흐름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꺾일 경우, 지금의 선택은 집단적 후회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과거 조선·해운 업황 호황기에 특정 학과 쏠림이 발생했다가 급격히 식은 사례를 떠올리면, 지금의 열풍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는 불안정하다. 학력의 ‘실용화’가 오히려 개인의 리스크를 키우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정치권에서는 학력이 여전히 상징 자본으로 작동한다. 다만 방식이 바뀌었다. 과거처럼 노골적인 허위 기재는 줄었지만, 대신 ‘오인 유도형 표기’가 등장했다. 졸업과 수료, 본교와 부설기관, 학위와 과정 이수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활용해 유권자의 인식을 흐리는 전략이다.

이 지점에서 핵심은 법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현행 법체계는 ‘허위’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유권자가 실제보다 높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표현은 법적 회색지대에 머무른다. 결과적으로 “거짓은 아니지만 진실도 아닌” 정보가 정치적 경쟁의 도구로 활용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정치인은 왜 학력을 포장하려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여전히 유권자의 평가 기준에 학력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인식 구조를 반영한다. 노동 시장에서는 학력을 버리면서도, 정치적 판단에서는 학력에 기대는 이중적 태도가 공존하는 셈이다.

결국 노동 시장과 정치권의 이 상반된 움직임은 하나의 공통된 결론으로 수렴한다.
학력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라 ‘전략’이 되었다.

문제는 이 전략이 신뢰를 잠식한다는 점이다. 기업에서는 과도한 보상 정보가 기대를 부풀리고, 정치권에서는 모호한 표현이 판단을 흐린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왜곡이 누적될수록 사회적 비용은 커진다.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노동 시장에서는 보상 체계와 전망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고, 정치권에서는 학력 표기의 표준화와 엄격한 구분이 요구된다. ‘졸업·수료·중퇴’ 같은 기본적인 구분조차 명확히 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신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학력을 능력의 절대적 지표로 보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누군가는 계속 숨기고 누군가는 계속 부풀릴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유권자와 구직자는 반복적으로 오판하게 된다.

지금의 학력 논란은 단순한 도덕성 문제도, 일시적 현상도 아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할 것인가’라는 사회적 질문이 표면으로 드러난 결과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학력은 앞으로도 계속 왜곡된 형태로 소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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