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100과 재생에너지, ‘지방의 미래’를 건 실험 시작됐다
    • 깨끗하지만 비싼 전기, 산업전환과 정의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재생에너지 100% 전환(RE100)을 선언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을 유치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100% 기반 산업단지(이른바 RE100 산단) 조성을 본격 추진하며, ‘지방’과 ‘재생에너지’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높은 재생에너지 가격, 불완전한 송전 인프라, 그리고 공공적 재원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난제 앞에서 이 구상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RE100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재생에너지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가? 그리고 이 전환은 누구를 위한 전환인가?

      RE100, 단순한 캠페인이 아닌 ‘글로벌 산업의 룰’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2014년 영국의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공동으로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며,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목표 연도(보통 2030년 전후)를 스스로 설정한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거대 기업이 가입하면서 공급망 전체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즉, 한국 기업들이 이 흐름을 따라가지 않으면 수출 제한, 공급망 제외, 브랜드 이미지 타격 등 실질적인 위험에 처하게 된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기아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이미 RE100 가입을 선언한 이유다.

      재생에너지와 RE100, ‘같지만 다른’ 이야기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를 말한다. 반면 RE100은 '누가, 어떻게 재생에너지를 쓰는가'에 관한 약속과 실천이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10.5%, OECD 평균(35.8%)의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전남, 전북, 울산)에서 생산된 전기가 수도권에 송전되지 못하고 출력제어로 버려지는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가 지방에 RE100 산단을 조성하려는 배경은 여기에 있다.
      재생에너지 수요 기업이 직접 생산지로 가는 ‘지산지소형’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깨끗하지만 비싼’ 전기, 기업은 쓸 수 있을까?

      문제는 가격이다.

      한전의 평균 전력 구입 단가: 134.8원/kWh
      산업용 전기 판매 단가: 168.2원/kWh
      태양광 발전 단가: 200원대/kWh
      해상풍력 단가: 400원대/kWh

      이렇게 보면 재생에너지 전기는 '기업에 싸게 팔수록' 정부나 한전의 부담이 커진다.
      전기요금 차액을 메우기 위해 전력산업기반기금, 보조금, 세금, 국민부담 등의 재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RE100 산단이 특정 기업에만 혜택을 몰아주는 ‘에너지 특혜 단지’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술적 과제도 만만치 않다

      RE100이 실제로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되려면 전기 생산의 불안정성을 해결해야 한다.
      밤에는 태양광이 멈추고, 무풍일에는 풍력도 멈춘다.
      따라서 ESS(에너지저장장치) 설치가 필수인데, 대규모 ESS는 1GW당 수조 원이 드는 ‘전기 저수지’ 건설과 같은 대형 사업이다. 이 역시 공적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며, 전기요금과 전력정책의 공공성과 직결된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조건

      RE100은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단순한 에너지 공급 문제가 아니라 “정의로운 전환”의 문제이기도 하다.
      전기요금 차별로 중소기업이 소외되거나, 지역 주민 동의 없이 풍력·태양광 설비가 난개발되거나,
      국민 세금이 일부 대기업 RE100 달성에만 집중된다면 그 전환은 ‘정의롭지 않다’.

      RE100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RE100은 국제 시장의 요구이자 기후위기의 해답이다.
      하지만 그 실현이 일부 기업만의 이익으로 귀결된다면 사회적 저항은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는 '누가 만들고, 누가 쓰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국민의 동의, 공공성 강화, 지역과 생태계에 대한 존중, 고용 보장 등
      ‘함께 사는 전환’이 되어야 진짜 RE1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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