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혁신위 1호 안건, 尹 전 대통령 '사죄문' 당헌 명시…강제 단절인가, 관리된 출구전략인가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전횡’과 ‘비상계엄 기도’ 등을 명시한 사죄문을 당헌·당규에 넣겠다는 강수를 던졌다. 그것도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닌, 전당원 투표라는 방식으로 강제성을 부여하며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첫 번째 쇄신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혁신이 ‘말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윤석열 사과문을 당헌에”…보수정당 역사상 초유

      혁신위가 발표한 ‘사죄문’은 전례가 없다. 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전횡과 비상계엄 논란, ② 대선 후보 강제 단일화 시도, ③ 특정 계파 중심의 당 운영, ④ 당 대표 강제 퇴출, ⑤ 총선 참패 이후 쇄신 실패까지, 최근 몇 년간의 당 내부 논란과 갈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는 단순히 윤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그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윤핵관 체제'와 당의 조직적 굴절을 직접 겨냥한다. 이 같은 반성이 헌법 격인 당헌·당규에 담길 경우, 향후 당권을 장악하는 어떤 세력도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된다. 혁신위가 “사과를 돌에 새긴다”, “헌법 전문에 넣는 수준”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 맥락이다.

      혁신인가, 분리인가…尹과의 절연 선언?

      핵심은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이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잘못된 과거와 단절”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반복했고, 대변인 역시 “사과보다 강도 높다”는 의미로 '사죄문'이라는 단어를 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혁신위는 사실상 ‘윤석열 청산’이라는 메시지를 명문화한 셈이다.

      그러나 이 단절 선언이 어디까지 실효성을 갖고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결정을 수용했다고는 하나,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세력이 여전히 당내에 깊숙이 포진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부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재기의 움직임을 보일 경우 당내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과 정치’의 제도화 실험…성과 있을까

      이번 혁신안은 단순한 사과에 그치지 않는다. ‘새출발을 위한 약속’ 항목을 통해 선출직 공직자에게도 구속력을 갖는 조항을 추가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어길 경우 ‘당원 소환제’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또한 비례대표 상향식 공천, 현장 중심 정당 지향, 사익 정치 배격 등 당 운영 구조 전반에 대한 혁신 청사진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정당 사과의 제도화라는 실험이 실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선도 존재한다. 당헌에 새긴다 한들, 현실 정치에서 ‘사과’와 ‘책임’이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진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중요한 건 문구가 아니라 이를 실현할 정치적 의지와 역학 관계다.

      尹 책임론 공식화…차기 당권구도에도 변수

      이번 결정은 차기 당권 경쟁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윤석열 책임론’을 당 차원에서 공식화함에 따라, 차기 당 대표 후보군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윤심(尹心)을 등에 업은 정치인이냐, 포스트윤을 자임하는 정치인이냐는 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또한 혁신위가 남은 임기 동안 추가 전당원 투표를 예고한 만큼, 이번 사죄문은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닌 향후 국민의힘의 권력 재편 과정에서 하나의 기준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보수의 혁신’ 시험대 오른 국민의힘…‘윤석열 청산’이냐 ‘면피용 사죄’냐

      국민의힘 혁신위가 내놓은 1호 안건은 당내 권력지형,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생존, 차기 지도부의 정당성까지 흔들 수 있는 중대 결정이다. 혁신이냐 청산이냐, 사과냐 위장전환이냐는 해석의 차이는 있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의힘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과거를 정리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 시도가 정당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전당원 투표 결과와 지도부의 실행 의지에 달려 있다.
    Copyrights ⓒ 마포저널 & www.mapojournal.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뉴스 더 보기
마포저널로고

대표자명 : 서정은 | 상호 : 마포저널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12
기사제보/취재문의 : 010-2068-9114 (문자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