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효과] 백지신탁 앞에서 드러난 두 구청장의 자화상
    • 공직자의 ‘백지신탁’은 단지 법적 형식이 아니다. 그것은 권한의 사유화를 방지하고, 공공성과 사익의 경계를 구분 짓는 최소한의 윤리적 울타리다. 그런데 이 제도 앞에 두 명의 구청장이 서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문헌일 전 구로구청장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사퇴했다. “아쉽지만 법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며 물러났고, “공직자로서 구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결과적으로 고액 주식을 지키기 위해 사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고 물러나는 ‘최소한의 책임’은 보여줬다.

      반면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같은 백지신탁 사안으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고도,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녀는 독립된 경제주체”라는 논리를 앞세우며 대법원에 상고했고, 자진 사퇴는커녕 책임을 모두 법적 판단에 떠넘기고 있다. 마포구의회는 “행정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윤리 위반”이라며 성명을 냈지만, 박 구청장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법에서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적 책임도 보류하겠다는 태도다.

      이 두 사례는 한국 지방자치제의 공직윤리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문헌일의 퇴장은 유감이지만, 책임감 있는 결단이었다. 반면 박강수의 ‘버티기’는 해석의 여지가 없는 책임 회피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공직자로서 마땅히 져야 할 정치적·윤리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우리는 이제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공직자가 법원 판결조차 무시하며 버틸 수 있는 나라에서, 누가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
      “주식보다 구민의 신뢰가 가벼운 자리라면, 그 자리를 지킬 자격이 있는가?”

      공직은 누구의 소유가 아니다. 백지신탁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고, 구청장은 권력자가 아니라 봉사자여야 한다.
      마포구는 마포구민 모두의 것이지, 언론사를 소유한 가족회사의 것이 아니다.

      문헌일이 떠난 자리는 아쉽지만 정리가 됐다.
      박강수의 자리는 이제, 그가 책임지지 않는 한 마포 시민이 정리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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