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이 극우 성향 교육단체 ‘리박스쿨’과 오랜 기간 밀접히 활동해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자격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교육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으로, 한국사의 정체성과 공공 역사교육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다. 그러나 해당 기관의 수장이 편향된 역사관과 정치적 발언, 그리고 국회 청문회 회피 행태까지 보이면서 학계와 정치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리박스쿨 ‘정치학교장’ 의혹에도 “기억 없다”
김 이사장은 2020~2021년 리박스쿨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다수 강연을 맡았다. 강연 주제는 “자유민주주의 역사와 언론” 등이었으며, 내부 문건에 따르면 그는 ‘리박스쿨 정치학교장’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이에 대해 “해당 직책을 수행한 기억은 없다”고 일축했다.
리박스쿨은 극우 정치운동을 청소년·청년 교육으로 확장하는 단체로, 최근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함께 대표가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고, 사무실이 압수수색되는 등 강제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이 단체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우지만, 역사 왜곡과 정치편향 교육으로 다수 비판을 받아왔다.
■ “전태일·이한열 죽음은 좌파 탓?”…왜곡 발언 논란
김 이사장이 리박스쿨 강연에서 했다는 한 발언도 논란이다. “(좌파는) 사람까지 죽였지 않나. 전태일도 죽고, 이한열도 죽고… 얘들은 죽음의 미학이 굉장하다”는 표현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해당 인물들은 부당한 노동 현실에 저항하거나 민주화 요구 시위 중 사망한 대표적인 열사들이다.
김 이사장은 “좌파가 저항운동을 목숨 걸고 한다는 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피해자의 희생을 정치적 의도로 전유한 발언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 운영위원 경력도
김 이사장은 과거 뉴라이트 계열 역사단체 ‘교과서포럼’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이 단체는 역사교과서에서 친일·독재 미화를 시도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교육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임명돼 현재 교육정책의 중장기 방향 수립에도 관여하고 있다.
■ 국회 질의 “답변 거부”…청문회는 ‘미국 일정’ 불출석
김 이사장은 7월 10일 열릴 국회 리박스쿨 청문회의 핵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7월 1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일정이 잡혀 있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앞서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헌이며 내란행위라는 데 동의하느냐”고 질의했지만, 김 이사장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질문”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계엄 선포의 위헌성을 인정했음에도, 김 이사장은 이를 수긍하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역사기관 수장의 정치 편향…“사퇴해야” 비판 고조
김 이사장은 교수 시국선언에 대해서도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강연과 정치행사에 참여해 왔다는 점에서 이중적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승아 의원은 “극우 정치단체에서 활동하고 계엄의 위헌성에 대해 침묵하는 인물이 한국사의 공공성에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임기 2년 남아…버틸 셈인가
김 이사장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설립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바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사장의 극우 이력과 활동은 한국학의 공신력과 학문적 중립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교육계와 정치권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