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만 반대할 것인가, 아니면 진짜 감량을 실현할 것인가.”
서울시의 추가 소각장 추진에 맞서 싸워온 마포구 주민들이 이제 반대를 넘어 ‘제로웨이스트 도시’라는 대안적 비전을 꺼내들었다. 6월 30일 발족한 ‘마포 자원순환 네트워크’는 단순한 반대 운동에서 벗어나, 감량과 재사용 중심의 자원순환 모델을 주민 주도로 제안하고 실천하겠다고 선언했다.
‘마포 자원순환 네트워크’는 서울시의 '추가 소각장 건립' 추진과 맞물려 생활폐기물 처리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높아지면서, 2024년 12월부터 마포 전역에서 자원순환 도시를 만들기 위해 활동해온 다양한 주체들이 뜻을 모아 결성한 단체다.
이 단체에는 백의민족, 사단법인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 성미산학교, 쓸모업사이클, 알맹상점, 울림두레생협, 지구샵 등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해온 주민 모임과 사회적 기업, 지역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감량 없는 소각정책, 이제는 멈춰야 할 때”
오현주 대표(마포자원순환네트워크)는 “우리가 열심히 분리 배출하고 재활용해도 쓰레기가 줄지 않는 이유는 잘못된 정책 방향 때문”이라며 “서울시는 여전히 소각 용량 확대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수도권 매립지 사용 종료를 앞두고 하루 1,000톤 규모의 추가 소각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오 대표는 “현재의 900톤 매립량을 근거로 소각장을 짓겠다는 발상은 감량 목표와 전략 자체가 없다는 의미”라며, 이는 탄소중립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덴마크의 실패 사례, 서울이 본받을 일인가
서울시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내세운 덴마크의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소각장도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것이 오 대표의 주장이다.
“아마게르 바케는 지나치게 높은 소각 용량을 설정해 해외 쓰레기까지 수입했고, 이후에는 기술 결함·재정 손실·운영 과잉 등 복합적인 실패를 겪었다”며 “탄소중립 도시를 자처하던 코펜하겐이 이 시설로 인해 결국 2025년 탄소중립 목표를 포기한 것은 상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소각 반대 그 너머, ‘실행 가능한 감량 전략’ 제시
‘마포 자원순환 네트워크’는 감량 정책의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종량제 봉투 가격 현실화 ▲음식물 쓰레기 감량을 위한 식품낭비 방지 정책 ▲재사용 중심 대형폐기물센터 운영 ▲제로웨이스트 조례 도입 ▲공공식수대 설치를 통한 페트병 감량 등 시민 실천이 아닌 제도 기반의 실행 전략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쓰레기 문제는 시민 의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공공정책 설계와 제도 개선 없이는 감량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마포, 반대의 공간 아닌 실험의 공간으로
오 대표는 “마포는 단지 반대만 하는 지역이 아니라, 서울시가 감량 정책을 실험할 수 있는 선도 구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통해 마포구청 청사 쓰레기를 30% 감량하는 모델 실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소각의 시대를 넘어, 순환의 도시로
마포구 주민들이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이제는 반대를 넘어 정책 전환의 방향을 제시하는 시민사회 주도 모델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진정한 ‘지속가능한 도시’를 꿈꾼다면, 더 많은 소각장이 아니라, 적은 쓰레기로 운영되는 도시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