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많이 태워야 살아남는다” — 아마게르 바케가 던진 불편한 진실
    • 코펜하겐의 탄소중립을 좌절시킨 ‘친환경 포장지’의 민낯
    •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는 세계적으로 ‘친환경 소각장’의 대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인공 스키 슬로프와 등반장이 있는 독특한 디자인 덕에 많은 도시들이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의 롤모델로 이 시설을 주목해왔다. 최근 서울시도 이 소각장을 벤치마킹하며 새로운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도시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마게르 바케는 환경성과 경제성 모두에서 실패한 사업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화려한 외형 속에 감춰진 이 소각장의 민낯은, 우리 도시가 환경 정책을 추진할 때 어떤 본질을 놓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시작부터 논란: 원하지 않았던 대규모 소각장

      아마게르 바케는 기존 40년 된 소각장을 현대화하겠다며 출발했다. 당시 소각장 운영사인 ARC(Amager Resource Center)는 "열효율과 전력 생산을 높이고, 오염물질은 줄이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코펜하겐시는 이 대규모 시설에 반대했다. 오히려 소규모로 재활용과 재사용 중심의 폐기물 관리시설을 요구했다.

      2012년, 코펜하겐시는 ARC 프로젝트를 위한 5억 유로 규모의 대출보증을 거절하며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들은 대형 소각장이 생기면 시민들의 분리배출과 재활용 노력은 줄어들고, 더 많은 쓰레기를 '편리하게 태워버리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을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RC 이사회는 "경제성이 없다"며 소규모 대안을 거부했고, 결국 정치권 로비와 재무부 개입으로 사업은 강행됐다. 당시 재무장관의 지역구에는 소각장 용광로를 제작하는 업체가 있었다는 점은, 이 사업이 순수한 환경적 판단에서 비롯되지 않았음을 뒷받침한다.

      약속은 깨지고, 설계는 실패했다

      ARC는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다른 지역의 쓰레기는 태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가동 후 몇 해 지나지 않아 영국에서 연간 수만 톤의 쓰레기를 수입해 태우기 시작했다. 연간 56만 톤의 처리 용량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친환경'을 내세운 소각장이, 결국 더 많은 쓰레기를 필요로 하는 구조적 모순에 빠진 것이다.

      기술적 결함도 문제였다. 가동 초기에 소각로의 결함으로 수백만 유로의 손실이 발생했고, 여름철에는 생산되는 열과 전력이 수요를 초과해 시설을 절반만 가동해야 했다. 당초 예측된 수익모델은 무너졌고, 결과적으로 ARC의 손실은 지자체가 떠안게 됐다. ARC는 쓰레기 수거 비용을 대폭 인상했고, 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소각장 설비를 설치한 인공 슬로프는 빠르게 마모되어, 보험사와 복구비용 책임을 놓고 소송 중이다. 보험사가 승소할 경우 시설 운영이 중단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탄소중립 도시, 결국 포기하다

      코펜하겐시는 2012년,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아마게르 바케가 있었다. ARC 측은 탄소포집장치(CCS)를 설치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기술적·재정적 한계로 끝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22년, 코펜하겐시는 공식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철회했다. ARC가 국가 탄소관리 프로그램에서 탈락하며 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는 아마게르 바케가 탄소중립 정책의 실패 원인 중 하나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무엇을 벤치마킹하려는가

      서울시는 현재 1,750톤 규모의 대형 소각장을 도심에 건설하려 하고 있다. 이는 ARC보다도 큰 규모다. ARC가 처한 문제—과잉 설계, 폐기물 수요 확보를 위한 타지역 쓰레기 수입, 분리배출 유인의 약화, 탄소배출량 증가, 그리고 시민 부담 전가—는 고스란히 반복될 수 있는 경고 신호다.

      '친환경'이라는 말에 감춰진 정치적·경제적 선택이 시민의 삶과 환경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아마게르 바케는 분명히 보여주었다. 우리는 그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반복할 것인가.

      진정한 친환경은 외형이 아니라 구조다

      환경 정책의 핵심은 ‘보여주기식 조형물’이 아니라, 실질적 감축과 순환 구조의 설계에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은 ‘쓰레기를 더 예쁘게 태우는 시설’이 아니라, ‘쓰레기를 줄이는 도시’다.

      서울시가 아마게르 바케의 교훈을 진정으로 배우려 한다면, 멋진 외형이 아니라 실패의 본질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 참고자료:

      Zero Waste Europe, “A Danish Fiasco: the Copenhagen Incineration Plant”, 2019.

      The Conversation, “Net zero: Copenhagen’s failure to meet its 2025 targe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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