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원인가, 운동장인가… 파크골프장 확충에 밀리는 도시의 ‘숨 쉴 틈’
    • 서울시가 ‘파크골프 열풍’에 본격적으로 올라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6월 4일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시니어 체육행사에 참석해 “2026년까지 서울시내에 70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77곳을 추가 조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24년도 기준 서울시 내 파크골프장은 12곳뿐인데, 이를 6배 넘게 늘리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서울시는 이를 노년층 복지와 여가 확대의 일환으로 강조하지만, 환경단체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도시 여가시설 확대가 오히려 도시의 숨 쉴 틈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니어 여가 수요 폭증… “공간이 없다”

      파크골프는 골프의 간소화 버전으로, 공원이나 하천변 등 비교적 여유 공간에 18홀 코스를 설치하면 즐길 수 있다. 장비는 단 하나의 채와 공만 있으면 되고, 1~2시간이면 한 게임이 가능하다. 특히 고령자에게는 비교적 부담 없는 운동으로 각광받으며 전국적으로 동호인 수가 15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만 해도 최근 3년간 매년 40%씩 동호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각 자치구에서는 너나없이 “우리 동네에도 파크골프장을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서울시는 이 수요에 발맞춰 한강변, 지천변 등 도심 속 남은 ‘빈 땅’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서울은 이제 빈 땅이 많지 않다”며 “하천변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곧바로 환경적 충돌을 예고한다.

      하천변 ‘녹지 전용’은 어디로

      한강과 지천변은 단순한 유휴지가 아니다. 도심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이며, 도시의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한다. 서울시가 계획하는 신규 파크골프장 대부분은 하천변이나 공원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하천법」상 국토교통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의 ‘하천점용 허가’ 없이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오 시장은 “두 달 전 환경부 장관, 한강유역환경청장과 직접 협의해 융통성 있는 허가를 약속받았다”고 밝히며 규제 완화를 기정사실화했지만, 이는 “환경 규제를 우회하는 정치적 거래”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실내 ‘스크린파크골프’도 확산… 도시 활용의 대안?

      일각에서는 도시 공간을 실외가 아닌 실내로 확장하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역사 내 공실 상가를 활용해 ‘시니어 스크린파크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2~7호선 역사 내 빈 상가 중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곳에 한해 조성이 가능하다.

      서울시의회 김원중 의원은 “이 시설은 고령자 복지 향상과 더불어 장기 공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며 “기존 도시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환경 친화적 복지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실내 공간을 활용한 모델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지만, 예산과 접근성 문제로 인해 전면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도시는 누구를 위해 숨 쉬는가

      서울시의 파크골프장 확대 방침은 노년층 여가 복지 확대라는 측면에서 환영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도시 생태계, 공공 녹지, 수변 공간 등은 특정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원과 하천을 운동장으로 바꾸는 일이 그럴듯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과연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길인가에 대해서는 분명한 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다.

      “파크골프가 도시의 숨통을 끊어선 안 된다.”

      이 말은 단지 경고가 아니다. 도시를 사랑하는 모든 시민이 함께 던져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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