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터 농촌까지 전국 곳곳에서 파크골프장이 급증하면서 ‘은퇴세대의 황금 스포츠’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2020년 254곳이던 파크골프장은 불과 4년 만에 411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확산 속에서 조용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파크골프장을 둘러싼 공공 공간 배분 문제는 점차 ‘세대 갈등’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 누구의 ‘생활체육’인가: 공유지를 점령한 여가
강남, 마포, 서초 등 서울 각 구는 앞다투어 신규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 중이며, 서울시는 300m 거리의 캠핑장 부지까지 전환해 제2파크골프장 건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발을 마주한 젊은 세대의 반응은 서울에서 아이들이 마음 편히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부족한데, 그나마 있는 공간마저 노인 전용 시설로 바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를 위한 여가 복지인가’라는 질문이 피할 수 없는 갈등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 세대 간 ‘조용한 전쟁’…녹지와 농지, 줄줄이 잠식
서울의 문제만이 아니다. 충남 홍성에서는 군유지를 파크골프장 부지로 선정됐다는 이유로 농사를 짓던 5년 임대계약을 중단당했다. 농사를 접고 땅을 비우라는 통보는 생활 기반을 흔드는 일이었고,농민 30여 명은 탄원서를 내고 시위에 돌입했다.
“한 번도 골프채를 잡아본 적 없는 농민들의 밭을 빼앗아 도시 주민들의 놀이공간을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그의 외침은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도농 간 그리고 세대 간 복지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노인 우선 정책’은 언제까지 유효한가
노년층의 여가 보장도 중요하지만, 그 방식이 일방적인 공간 전유로 이어질 때 사회적 마찰은 불가피하다. 특히 공원, 캠핑장, 숲, 농지 등 모두가 공유하는 자원을 특정 세대의 전유물로 바꿔버리는 흐름은 세대 갈등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많다.
강남구 대모산에 파크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산사태 위험까지 무릅쓰고 산을 훼손할 이유가 없다”는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 ‘생태 보호 vs 고령 여가’의 갈등은 이제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사회복지의 방향성과 설계 방식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 복지와 배려는 공간이 아닌 ‘공존’으로 이뤄져야
노인 인구의 증가와 여가 수요는 분명 사회가 준비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녹지 전용화’ ‘아이들 놀이터의 축소’ ‘농지의 전환’이라는 식으로 나타난다면, 이는 공공 복지의 이름으로 사회 전체의 자산을 특정 세대에 편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세대 간 공존은 물리적 공간의 분할이 아니라, 서로를 위한 배려와 균형 있는 정책 설계를 통해 가능하다. 지금처럼 ‘수요가 많으니 당연하다’는 논리만으로 공공 자원이 재편되는 구조라면, 파크골프장의 잔디 위에서 쌓이는 것은 공보다도 무거운 갈등일 수 있다.
정책은 특정 세대를 위한 답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질문으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