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과 확장 사이…이재명의 사람들, 이제는 당을 넘어 ‘국정’을 준비한다
    • 사진출처 - 한겨레

      "모든 사람은 N분의 1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오래 지켜본 한 의원의 이 말은 그가 사람을 쓰는 방식,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정치 생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정 라인에 기댄 '정치 문법'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실력을 중심으로 경쟁시키고 조율하는 것이 이재명 정치의 특징이다. 그 속에서 지금 ‘이재명의 사람들’은 하나의 계파가 아닌,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고 있다.

      2025년,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 이재명 후보의 주변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얼굴들이 포진해 있다. 원조 측근인 ‘7인회’, 당 운영의 중심이 된 ‘신명계’, 그리고 전략적 통합의 키를 쥔 ‘범친명계’까지. 당 안팎의 정치적 확장을 목표로 삼은 이 후보가, 경선 캠프를 계파색이 옅은 ‘범주류’로 구성한 것 역시 이 같은 구상을 반영한 행보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는 왜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을 조합하려 하는가?

      통합은 ‘선택’ 아닌 ‘조건’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금, 민주당 안의 통합이 아닌, 국가적 통합을 말하고 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그는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닌 ‘헌정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정치적 갈등의 해소 없이 권력만 쟁취한 정권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을, 그 누구보다 체득한 듯하다.

      그래서 그의 통합 전략은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다. 후보 수락연설에서 “통합과 확장”을 되풀이하며, 캠프 구성에서조차 기존 친명계보다는 비주류·중도 인사들을 앞세운 건 ‘정권교체의 대의’를 설득할 동력을 쌓는 작업이었다.

      신명계는 ‘국정운영 실무’를 맡는다

      대선은 결국 캠페인만이 아니라,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평가다. 이 후보가 사무총장 김윤덕, 최고위원 김민석, 전략기획 천준호, 비서실장 이해식 등을 선대위 실무에 포진시킨 것은 안정적 행정 운영과 메시지 관리에 무게를 둔 조치다.

      이들은 지난 2~3년간 이재명 체제를 실제로 운용해 온 실세 그룹이다. 메시지는 정제되어 있고, 일처리는 조용하다. 과거 ‘사이다 발언’으로 상징되던 이 후보의 날카로운 정치적 이미지가 최근 한층 부드러워진 데는 이 신명계의 조율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원조친명은 ‘정무 감각’의 중심

      정성호, 김영진 의원으로 대표되는 원조 친명계는 지금도 ‘정무적 완충지대’로 기능하고 있다. 이들은 이 후보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방패’가 되어왔고, 검찰 수사나 대장동 재판 국면에서 언론 대응과 내부 정리의 최전선에 섰다.

      다만, 이 후보는 그들과의 관계도 ‘성역화’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든지 배제될 수 있고, 또 누구든 기용될 수 있다는 ‘실용적 비정’이 이재명 정치의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이다.

      성남·경기 라인과 전문가 그룹, 국정 설계의 중추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후보와 호흡을 맞춘 인사들은 여전히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의 의중을 조율한다. 김남준, 김현지 등은 말 그대로 ‘이재명의 뇌’와 같은 존재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과거 경기연구원장 시절부터 정책적 조언을 도맡아왔고, 하준경·유종일 교수 등 전문가 그룹은 경제정책의 기초 설계자들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 후보가 경제정책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단일 색채가 아닌 ‘경쟁적 협력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현종, 위성락, 조현 등의 전직 외교관과 학자들이 각각 조언하는 구조는, 이 후보가 스스로 결론을 내리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람을 통해 전략을 짠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보여주는 가장 큰 변화는 사람을 통해 전략을 짠다는 점이다. 계파 정치의 구심점을 만들기 위한 인사가 아니라, 정권 획득 이후 국정 운영을 준비하는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대선은 지금까지와 다르다. 지난 두 번의 도전이 이재명의 존재를 증명하는 싸움이었다면, 이번은 이재명의 체계를 증명하는 싸움이다. 그리고 그 체계는 ‘이재명의 사람들’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선거는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이재명은 사람을 통해 메시지를 만들고, 전략을 짜며, 권력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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